에스퍼 "김정은 행동에 달렸다"…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사

北에 협상 복귀 촉구하며
"싸울 준비 돼 있다" 경고

국방부는 "기존 입장 변화없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촉구하며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이 지난 1일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전략무기 개발 의사와 대미(對美) 강경 노선을 천명한 상황에서 미국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할 때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외교를 위해 문을 열어 두거나 열기 위해 연습을 축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확실히 검토해볼 사안이다. 김정은의 다음 조치에 달렸다”고 말했다.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한국 국방부의 입장과 결이 달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해 불쾌함을 내비쳐왔다. 한·미는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

에스퍼 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군사적 관점에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위협적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에서의 군사훈련 전면 재개를 요구하며 미군의 억지력에 의문을 제기하자 “완전한 병력을 갖추고 있고 준비돼 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 발언은 미 국방부가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날 이뤄진 만큼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인의 생명을 지키는 미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한 북한을 향한 우회적 경고로도 해석되는 발언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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