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스톡뷰] 기업은행의 두 이름, 상장사인데 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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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주가 완만히 하락 중IBK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끄럽다. 정부가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새로운 행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상장사이자 국책은행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두 지위의 충돌로 주가는 오랜시간 완만히 하락 중이다.
정책금융 위해 유상증자 반복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3.2%를 보유한 기획재정부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을 맡고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재원을 지원하기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왔다.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7차례의 유상증자 참여와 4차례의 지분매각이 있었다. 2019년에는 3월과 9월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각각 2000억원과 2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을 보면 올 초에도 2640억원의 유상증자가 예상된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를 밑도는 상태에서 유상증자를 반복하는 행위는 이를 지켜보는 소액주주 입장에서 다소 불편한 부분"이라며 "추가 증자로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장사로서의 주가 관리, 기업으로서의 이윤 추구보다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다보니 은행주 중에서 선호도가 열위인 상황이란 분석들이 나온다. 주가가 싼 것은 맞지만 다른 은행주에 비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2019년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년의 1조7540억원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성장에도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NIM은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은행의 경우 경쟁 은행지주사들과 달리 비은행 사업이 빈약해 이자이익(대출 등의 이자로 벌어들인 돈)의 영향이 크기도 하다.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확인할 것들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은행업종 내 수익성 대비 저평가폭이 가장 크나, 이익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기지표 개선 또는 실적발표에서 핵심지표의 개선이 확인될 때 저평가폭을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