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펭수·유산슬·라끼남…방송국 '꾼'들이 작정하고 나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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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노하우 응축된 올해 대형 신인 펭수올해 최고의 신인 펭수, 트로트 부르는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 유산슬과 라면 끼리는(끓이는) 강호동까지 2019년 온라인을 뒤흔든 유튜브 콘텐츠는 모두 '방송국 꾼들' 손에서 탄생했다.
유재석·강호동 혼돈 상황 밀어넣는 김태호·나영석 PD
B급 감성으로 화제성, 과감한 PPL로 수익성 모두 잡아
한국 예능 방송사를 새로 쓴 스타 PD로 꼽히는 김태호 PD의 MBC '놀면 뭐하니', 나영석 PD가 이끄는 tvN '신서유기' 외전 '아이슬란드 간 세끼', '라끼남'의 특징은 TV 방송과 유튜브의 이원 방송이다. TV를 통해 방송되지 못하는 부분들을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펭수 역시 EBS가 낳은 스타다. 본래 EBS '보니하니'를 통해 소개된 펭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 ◆ 방송국 사람들은 왜 유튜브로 갔을까
미디어 종사자들은 지금의 방송 환경을 "과도기"라고 칭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편성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TV를 보던 과거의 시청 환경에서 수많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게 된 것. 콘텐츠 시청 환경이 변하면서 광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리서치 업체 매그나글로벌에 따르면 TV 시청률 하락으로 올해 전 세계 TV 광고 매출은 4% 감소했다. 반면 디지털 광고 매출은 15% 늘었다.
국내에서도 유튜브 광고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게 정설이다. 유튜브 영향력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유명 크리에이터들에게 무료로 선물을 보내주는 것은 물론, 편당 5000만 원 상당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콘텐츠를 제작한다. 한 관계자는 "크리에이터의 인지도에 따라 광고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유튜브라고 저렴하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 제약없는 유튜브, 자유롭게 만든다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주축으로 만들던 크리에이터는 1인으로 활약했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출연부터 기획까지 1인이 주축이 돼 이뤄졌다.
방송사에서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는 TV 예능을 만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PPL이나 언어 표현, 방송 분량 등과 관련해 보다 자유롭다는 점에서 '고퀄리티 B급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펭수는 동원참치에서 걸려온 모델 섭외 전화에 기뻐하고, 나영석 PD는 '라끼남'에 라면을 공급해주는 광고주 '농심'을 겨냥해 "라면은 농심"이라고 말한다. 이수근, 은지원이 아시아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펼치는 언박싱과 기내식 먹방도 TV 방송에는 모두 내보내지 못하지만 유튜브에서는 그대로 방송됐다.유튜브 시청자들은 기존 예능의 새로운 화법에 열광하고 있다. "방송국 놈들이 작정하고 유튜브를 만들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서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까지 해가며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다. ◆ 방송과 유튜브, 2개로 만드는 이유는…
방송을 제작하면서 유튜브 영상까지 선보이는 건 단순히 광고나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 아닌 미래 시청자에 대한 '투자'에 가깝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과거 TV를 중심으로 방송되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들과의 이원방송을 택하는 것에는 시청층과 시청시간 등의 변화가 원인이 됐다"며 "원하는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클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예비 시청자들을 이끌고, 흥미를 느낀 시청층이 방송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놀면 뭐하니' 홍보 대행사인 스토리라임 조신영 대표는 "과거엔 화제성의 지표가 포털이었다면 최근엔 SNS와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며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서라도 화제가 될만한 내용을 유튜브 콘텐츠로 따로 제작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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