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외교 비판론 고조…"北엔 설탕 이란엔 식초, 둘다 안먹혀"(종합)

WP "美 '미치광이 전략'에도 점점 도발적…트럼프 '외교 유산'에 위협"
"김정은, '운전석'에 앉게 될 것…추가 제재나 정상간 잠정 합의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양대 외교 난제인 북한과 이란 문제에 봉착하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대이란 정책에 대한 미 조야의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북한에 설탕을, 이란에는 식초를 줬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없어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에 대해 각각 강경, 유화 정책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펼쳤지만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트럼프는 이란을 고립시키고 북한을 매료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실패를 비판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시간으로 1일 오전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하며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재개를 시사,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시위대의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사태 등으로 미·이란 간 갈등도 일촉즉발 상태로 치닫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두 나라에 대해 엄청나게 상반된 접근법을 취해왔다고 전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묵은 난제인 핵 합의 도출을 목적으로 북한 독재자 김정은에게 구애하기 위해 '설탕과 향신료'를 사용하려고 한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등 옥죄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도 NYT에 "이란에 대해서는 외교를 너무 거부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외교를 청했다"고 양국과의 위기 원인에 대해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상반된 접근법 사이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정작 두 가지 방식 모두 트럼프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포'나 '존경'을 이들 나라에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상대에게 야기하기 위한 차원에서 구사돼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두고서 한 말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로 대변되는 초기 대북 전략에서 완전히 전환한 뒤 김 위원장을 애지중지하며 북한과의 진전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싱가포르 계약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 주장에도 불구, 김 위원장은 지금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그 계약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는 핵 프로그램을 보다 조용히 진행했지만 이제는 보다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에서의 전례 없는 사진 촬영 등과 같은 상징적인 양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징후로 볼 때 북한이 핵 관련 시도를 줄이기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제재로 이란에 겁을 줌으로써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이란 내 반미 구호를 사라지게 했다고 자랑했지만, 이란의 계속된 도발과 이번 대사관 습격 사건을 통해 미국의 오랜 '핵 골칫거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접근법이 그의 엄포와 달리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30년 대북 정책 뒤집기 도박 실패' 제하의 또 다른 기사에서도 북미 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북한은 교착 상태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북미 정상 회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경로를 수정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WP의 진단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은 이제 빠르게 핵무장의 길을 가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의 성과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김 위원장이 '운전석'에 앉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트럼프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여야 상원 일각에서는 새로운 경제 제재나 김 위원장과 잠정 합의 체결과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WP는 현 상황을 두고도 북한과 이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라며 훨씬 더 강경하게 언급했다는 것이다.

WP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두 나라 어느 쪽도 가장 최근의 도발에 따른 결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 않으며, 도발이 갈수록 '도발적'이 돼 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 한해 북한 및 이란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들이 '트럼프의 유산'을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통적 방식을 벗어나며 때때로 너무 단순화된 스타일의 트럼프식 외교 접근법이 중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