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검경수사권 조정법 상정…여야 신년벽두 강대강 대치 예고

與 "오늘까지 협상…설연휴 전 수사권 조정법·유치원 3법 처리 목표"
한국당, 대응책 고심 속 협상론도 고개…"필리버스터 여부 검토 중"
연말연시를 맞아 '휴전' 상태였던 정국의 긴장도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재시동을 걸겠다고 예고한 만큼 잠시 '숨 고르기'를 했던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재개될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6일 본회의를 열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유치원 3법 순차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드는 등 '실력 저지'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일단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관련해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뚜렷한 의견 접근은 없는 상태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오는 7∼8일 인사청문회 개최를 시작으로 막 오르는 '총리 인준 정국'이 민주당과 한국당과의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설 연휴 이전에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5건의 법안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때처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한 '쪼개기 임시국회' 전법으로 이를 관철할 계획이다.

만약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한다는 전제 아래 민주당이 목표를 이루려면 설 연휴 전까지 본회의를 6번 열어 상정과 표결을 반복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굳이 끝까지 필리버스터 전략을 고집한다면 이전처럼 계속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과의 협상 전망에 대해 "한국당과 접촉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합의가 잘 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대부분을 담은 형사소송법 통과 이후에는 필리버스터 카드를 접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다른 관계자는 "검경수사권은 사실상 형사소송법이 전부로, 나머지 법안인 검찰청법은 조직·기구 편제에 대한 것"이라며 "게다가 한국당이 유치원 3법에 필리버스터를 하기엔 여론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당시 과반으로 무장한 '4+1' 대오 앞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한국당은 이번에도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당은 우선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협상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선거법·공수처법과 달리 검경수사권 조정 취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전처럼 '원천 반대'를 주장하기보다는 일단 민주당과의 협상을 시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선거법이나 공수처법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참석 여부와 필리버스터 방침과 관련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에 있다"며 "일방적인 처리를 전제로 한 대응 방안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여전히 '4+1' 공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또 '4+1' 합의안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잘 되겠냐"며 "여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임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야 검찰개혁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한 한국당 의원은 "과거 실무협상 당시 합의 직전까지 갔었는데 판이 엎어지면서 무위로 돌아갔다"며 "여당은 당시 논의 내용을 반영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국당이 극력 저지에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기소 결정 등에 따른 부담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