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법무부가 '감찰실 발령' 조건으로 고발취하 등 내걸어"

고위간부 "SNS중단, 기고 중단 등 조건으로 인사발령"제시
고발 취하 거절하자 조국 전 법무장관도 등용 포기
임은정 추미애 장관에 "개혁시늉 검사 많아...휘둘리지말길"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고위간부가 감찰담당관실로 발령내주겠다며 연락해 전직 검찰총장 등에 대한 고발 취하와 페이스북 활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9월, 조 전 장관이 취임하던 날 오전, 법무부 간부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며 “감찰담당관실 인사 발령을 검토 중인데 반대가 극렬하다며, 검찰의 요구조건을 수락해야 인사 발령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임 부장검사가 공개한 법무부 고위간부가 내건 조건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중단 △신문사 기고 중단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유기 사건 고발 취하 등 3가지였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내 성범죄 무마의혹과 한 검사의 고소장 위조 무마 의혹에 대해 당시 검찰총장 등 전·현직 간부를 상대로 2018년과 2019년 검찰과 경찰에 각각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법무부 고위 검찰간부들의 요구였던 모양인데 참담했다”며 “내부고발자를 인사로 유혹해 침묵의 밀실에 가두고 이름만 빌리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였다”고 풀이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소속 검사직은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을 모두 감찰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이다.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던 임 부장검사는 검찰내에선 ‘내부고발자’로 찍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임 부장검사는 “개혁 시늉만 하려는 검찰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내부자가 더욱 필요할 때라, 수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임 부장검사 등용을 포기하고 “임은정 검사 등의 의견을 청취해 감찰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법무부에 내리는 선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임 부장검사는 “그런 사람들이 법무부 장관을 보좌해 검찰개혁을 추진할 주체라는 현실과 표현의 자유와 내부비판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검사라는 현실은 국민들에게 참혹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이 사실을 폭로한 배경에 대해 “검찰 고위간부들은 검찰개혁 ‘시늉도 하기 싫어하는 간부’와 ‘시늉만 하려는 간부’로 나눌 수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상관과 국민을 속이려는 간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검찰개혁을 뚝심 있게 이끌어가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그날 일들을 뒤늦게 고백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제 목소리가 지금은 제 동료들에게, 적지 않은 분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협화음으로 들리겠지만, 훗날 역사에서 검찰을 깨우는 죽비소리로 평가되리란 확신은 변함없고, 주어진 소명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