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원대상'으로만 보지 않은 지자체들…"판 깔고 주체로 세운 실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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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생발전의 길을 묻다]어느 지방자치단체나 엇비슷해 보이는 청년정책이지만 실질적 성과를 낸 지자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미래를 투자하기 좋은 고장'
대전 서구, 경북 의성군, 대구 달서구, 부산 수영구·부산진구
서울산업진흥원-한경닷컴 공동기획
우선 판을 제대로 깔았다. 의외로 청년들에게는 그들만의 ‘공간’이 없었다. 한 자리에 모여 얘기 나누고 마음껏 뛰놀 공간이 마련되자 특유의 생기가 되살아났다. 단순히 취업준비생이나 지원정책의 ‘대상’으로만 통계에 잡히던 청년들이, 놀이 같으면서도 새로운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토대 위에 청년들이 직접 ‘주체’로 나서는 빈도가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2019 대한민국 상생발전 대상’ 청년 분야 수상으로 ‘미래를 투자하기 좋은 고장’으로 눈도장 찍은 △대전광역시 서구 △경북 의성군 △대구광역시 달서구 △부산광역시 수영구 △부산시 부산진구 5개 지자체가 일궈낸 소중한 성과라는 평가다.
대전 서구는 대전시 5개 자치구 가운데 청년층 인구가 가장 많고 비율도 21.3%로 가장 높다. 박소현 주무관은 “적극적으로 청년정책을 펼친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대전 서구의 킬링 포인트는 청년창업지원센터뿐 아니라 ‘청춘정거장’을 병행 운영한 것. 청춘정거장은 청년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활동공간이다. 두 공간이 시너지를 내면서 2년간 37개 청년창업 기업을 배출한 도전적 청춘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의성군은 대조적 상황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택했다. 수상 5개 지자체 중 군 단위는 의성군이 유일했다.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게 고민일 법한 군 단위 지자체지만 ‘박서생과 청년통신사’, ‘의성 청춘문화 북카페’, ‘청년괴짜방’ 같은 청년 거점 교류공간을 만든 효과를 톡톡히 봤다.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여타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대안을 마련해나갔다. 인근의 대구시뿐 아니라 서울특별시와도 청년활동 교류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게 좋은 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청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묵묵히 여러 인프라를 조성해온 게 결실을 맺고 있다. 앞으로 지역간 경계를 뛰어넘어 ‘미래가 있는 고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청년정책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갖고 신선한 시도를 계속한 지자체들이 눈에 띄는 결과를 냈다.
청년층 결혼 인식 개선과 건강한 결혼 문화 조성을 목표로 전국 지자체 중 처음 ‘결혼장려팀’을 신설한 대구 달서구는 새로운 정책사업을 발굴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 수영구도 원스톱 취·창업 종합시스템 구축과 함께 지자체 최초로 창업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부산진구 역시 서은숙 구청장 공약사업으로 청년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작년 청년기본조례, 지난달 기금조례를 잇따라 제정해 청년지원의 제도적 기반을 닦았다.특히 부산진구는 자치구 차원에서 청년창업가들을 위한 공유사무실도 제공하고 있다. 위워크 서면점에 청년창업자 13명이, 부산진구 가야동 소재 청년창조발전소에 청년사업가 3팀과 청년카페 1팀이 각각 입주했다. 아울러 관내 전포동 일대에도 도지재생사업을 통한 청년창업 투자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대전 서구의 경우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청년창업공간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청년들이 단순 지원정책 수혜자에서 벗어나 직접 활동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이끌어낸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달서구는 청년공모팀 신설 등 청년들이 지역발전 주체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청청기획단’과 ‘희망 멘토링봉사단’을 운영했다. 대전 서구도 청년들이 직접 공모하거나 주도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활성화, 지역사회 문제 개선을 풀어나갔다.수상 지자체장들은 청년 친화적 마인드를 한 목소리를 강조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 필요하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업 발굴에도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강성태 수영구청장 역시 “청년이 꿈을 이뤄나가지 못하는 지자체는 성장할 수 없다”면서 “선제적 청년정책이 곧 지자체의 미래와 현재 모두에 대한 투자라 여긴다. 앞으로도 친(親)청년정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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