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전했다] 실리콘밸리 대신 한국 택한 아토리서치 "쉬운 클라우드 기술로 시스코와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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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를 생각해 보세요. 피처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으려면 추가로 기기를 구입해야 하죠. 하지만 스마트폰에선 앱(응용프로그램)만 내려받으면 됩니다. 기업용 클라우드를 스마트폰과 같은 환경으로 구축해주는 게 우리 일이에요.”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에게 이 회사의 대표 기술인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software defined network)’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정 대표는 “기존 네트워크는 데이터가 늘어날 때마다 기기를 추가해야 하지만 SDN을 활용하면 소프트웨어 설치만으로 충분하다”며 “요즘과 같은 ‘데이터 빅뱅’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토리서치는 클라우드 업계에서 보기 드문 토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자체 기술로 SDN 솔루션을 구현했다.◆인텔 CPU 설계자 출신
정 대표는 스타트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인텔 본사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칩 설계를 맡았다. 실리콘밸리에서 SDN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정 대표는 몇 년 후면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전망해 현지에서 아토리서치 회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선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이 창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요.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믿는 거죠.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요소 중 서버 및 저장장치는 대기업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네트워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창업 후 1년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그만큼 투자자의 입김이 거세다”며 “내 회사의 운명을 투자자가 결정하는 게 싫어 한국으로 터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1년 넘게 컴퓨터와 씨름한 끝에 첫 결과물이 나왔다. 2013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SDN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기업은 5세대(5G) 통신사업을 준비하던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 엔지니어들과 네트워크 관리 기술 등을 연구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2015년엔 클라우드 기반 SDN 솔루션을 선보였다. 마침 코스콤이 클라우드 구축에 나설 때였다. 국내 파트너를 찾고 있던 코스콤이 선택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대안이 아토리서치였다. 처음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국내 업체와 일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컸다. 결과물이 나오자 이런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코스콤이 원한 금융에 특화한 클라우드 환경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었다. 이후 탄탄대로였다. 하나금융그룹의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한국도로공사의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기상청 클라우드 인프라 등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늘려나갔다.◆세계 유일 ‘하이브리드 SDN’ 기술
SDN은 시스코, VM웨어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정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표준화된 솔루션만 제공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조직에 딱 맞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아토리서치 같은 작은 회사가 더 잘한다”고 말했다.
아토리서치의 비밀무기는 ‘하이브리드 SDN’이다. 데이터가 폭주해 새로운 클라우드를 구축할 때 기존과 신규 클라우드에 SDN을 동시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SDN은 둘 중 하나의 클라우드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예산을 쓰기 힘든 기업이 단계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SDN을 선호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토리서치는 SDN 분야 국내외 특허 52개를 보유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술 스타트업인 아토리서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벤처투자·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인공지능(AI) 등 일부 사업은 다시 실리콘밸리로 터전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기업 몸집을 더 키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에게 이 회사의 대표 기술인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software defined network)’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정 대표는 “기존 네트워크는 데이터가 늘어날 때마다 기기를 추가해야 하지만 SDN을 활용하면 소프트웨어 설치만으로 충분하다”며 “요즘과 같은 ‘데이터 빅뱅’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토리서치는 클라우드 업계에서 보기 드문 토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자체 기술로 SDN 솔루션을 구현했다.◆인텔 CPU 설계자 출신
정 대표는 스타트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인텔 본사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칩 설계를 맡았다. 실리콘밸리에서 SDN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정 대표는 몇 년 후면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전망해 현지에서 아토리서치 회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선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이 창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요.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믿는 거죠.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요소 중 서버 및 저장장치는 대기업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네트워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창업 후 1년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그만큼 투자자의 입김이 거세다”며 “내 회사의 운명을 투자자가 결정하는 게 싫어 한국으로 터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1년 넘게 컴퓨터와 씨름한 끝에 첫 결과물이 나왔다. 2013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SDN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기업은 5세대(5G) 통신사업을 준비하던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 엔지니어들과 네트워크 관리 기술 등을 연구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2015년엔 클라우드 기반 SDN 솔루션을 선보였다. 마침 코스콤이 클라우드 구축에 나설 때였다. 국내 파트너를 찾고 있던 코스콤이 선택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대안이 아토리서치였다. 처음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국내 업체와 일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컸다. 결과물이 나오자 이런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코스콤이 원한 금융에 특화한 클라우드 환경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었다. 이후 탄탄대로였다. 하나금융그룹의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한국도로공사의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기상청 클라우드 인프라 등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늘려나갔다.◆세계 유일 ‘하이브리드 SDN’ 기술
SDN은 시스코, VM웨어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정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표준화된 솔루션만 제공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조직에 딱 맞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아토리서치 같은 작은 회사가 더 잘한다”고 말했다.
아토리서치의 비밀무기는 ‘하이브리드 SDN’이다. 데이터가 폭주해 새로운 클라우드를 구축할 때 기존과 신규 클라우드에 SDN을 동시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SDN은 둘 중 하나의 클라우드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예산을 쓰기 힘든 기업이 단계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SDN을 선호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토리서치는 SDN 분야 국내외 특허 52개를 보유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술 스타트업인 아토리서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벤처투자·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인공지능(AI) 등 일부 사업은 다시 실리콘밸리로 터전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기업 몸집을 더 키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