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절벽' 눈 앞인데…"문제없다"는 서울시

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 큰 편차

"朴시장 취임 이후 공급량 충분
집값 급등, 공급 부족 탓 아니다
향후 5년 더 늘어날 것" 주장
멸실 가구 반영 안돼 '반쪽 통계'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주택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보수 언론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과거보다 더 많은 주택이 순조롭게 공급(입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시한 공급 예정 물량은 ‘인허가’를 위주로 낙관적으로 추정한 것이어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실제 분양 물량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공급 물량이 가장 정확하다”며 “서울시 주장과 달리 내년부터 공급 물량이 급감할 예정이어서 집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공급 늘었다” 주장서울시는 6일 서울시청에서 ‘주택 공급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시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연평균 3만5677가구로 충분한 물량이 공급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해제 등 각종 규제 탓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져 아파트값이 상승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자리였다. 유훈 주택건축본부장은 “박 시장이 취임한 2014년 전후 6년간을 비교하면 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통계적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시장 취임 후 공급 물량은 그 이전 6년간 공급 물량(연평균 3만3549가구)에 비해 겨우 2128가구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게다가 서울시 필요주택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 수준에 불과하다. 신축 못지않게 멸실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는 연평균 2만가구씩 멸실됐다. 이 수치를 감안하면 실제 서울 시내에 공급된 순증 물량은 서울시가 제시한 숫자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 공급의 80% 이상이 정비사업 물량이기 때문에 멸실을 감안한 통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보급률과 멸실 등을 고려할 때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5만 가구 이상의 공급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빈집 비율은 3% 미만으로, 5%인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며 “30~40년 된 노후 주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매년 10만 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 수요량으로 볼 때 적어도 연평균 5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공급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허가 올스톱된 게 더 큰 문제”서울시의 향후 6년간(2020~2025년) 공급 추정치에도 허수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연평균 4만9000가구라고 발표했다. 올해 4만1000가구, 내년 3만8000가구, 2022년 5만4000가구, 2023년 5만9000가구 등이다. 서울시는 공급 물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민간업체들은 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신규 인허가가 전면 중단돼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나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2017년 말까지 대거 관리처분을 신청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이 남아 있어 향후 3년은 2만~4만 가구 정도의 준공이 가능하다”며 “그 이후로는 말 그대로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 확실한데 무슨 근거로 5만 가구 이상 공급될 것으로 추정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114의 준공 추정치는 올해 4만1913가구, 내년 2만1993가구, 2022년은 1만2700가구다. 2022년 준공 물량은 늘어날 수 있다. 통상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분양하는 일부 단지가 2022년 입주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한 단지라면 다른 선택이 없겠지만 그 이전 단계의 조합원들은 장기전을 고려하거나 아예 사업을 엎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인허가를 받은 단지들의 공급이 끝나는 시점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민경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