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시대에 걸맞은 경제·산업구조 전환 시급하다

AI는 기회이자 도전…제대로 대응 못하면 '미래 난망'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경영 위축시키는 제도 고치고
도전·경쟁 촉진하도록 정책 패러다임 전면 쇄신해야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제 온갖 기술과 접목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산업혁명과 경제 성장을 이끌 시대의 화두가 됐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AI 주도국이 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

AI는 ‘기회인 동시에 도전과제’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AI에 힘입어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매년 1.2%포인트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이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AI 혁명의 수혜자가 될 수는 없다.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 선진 AI 기업들의 독주를 지켜보면서 따라가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정부는 지난달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올해 1조4000억원을 투입해 AI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연간 AI 인재를 1만 명 육성하기로 했다. AI 기술이 미국에 2년, 중국에 6개월 뒤처진 상황에서 투자와 인재 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전 국민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한다고 해서 세계적 인터넷기업이 저절로 탄생하지 않듯이, AI 교육을 확대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 시대에 걸맞게 경제·산업구조를 혁신하는 일이다. 기업 간·국가 간 AI 성과 차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주력산업이 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신산업까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높은 고용경직성으로 기업 활력이 떨어지는데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AI만 키운다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산업 육성보다는 표를 의식해 기득권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타다 금지법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 민간기업 배달의민족의 인수합병(M&A)에도 딴지를 걸고 나섰다. 경제적 자유와 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일이 AI 분야라고 예외일 리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빅데이터 규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으며, AI와 원격의료를 접목시킨 스마트 헬스케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자율주행의 경우 반복된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낡은 도로교통법 때문에 무인주행과 군집주행 실험이 힘들다. 현대자동차는 규제를 피해 미국에서 공유차량 사업을 시작했다. 멀쩡한 기업과 인재를 해외로 내모는 상황에서 AI 산업이 꽃을 피우기란 불가능하다. AI는 기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플랫폼 혁신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다. AI 시대에는 정부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민간의 도전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