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억울한 옥살이 피해자 "고문 경찰관 절대 용서 없다"

최인철 씨 "용서는 비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 관용"
박준영 변호사 "고문 경찰관 고발 여부는 시간 두고 생각"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해 법원이 6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자 이를 지켜보던 피해 당사자들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쳤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후 법정을 나선 최인철(59), 장동익(62) 씨는 상기된 얼굴로 재판 결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 씨는 "우리나라에 정의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저를 고문한 경찰관에게 절대 용서란 없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용서는 비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 관용이고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하늘 아래서 고문 경찰관들과 함께 사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21년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살인자라는 것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가족들, 동생들이 결혼해도 밖에 나가 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다.

최 씨는 "범죄를 저지른 공직자는 끝까지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공직자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재판장이 재판 말미에 사과 말씀을 할 때 목이 멨다"며 "앞으로 우리 같은 사람이 안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청구인에게 사과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재판부가 이 사건의 의미, 기록방식 보존 방식 문제점 등을 지적해 줘 고마웠다"며 말했다.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발 여부와 관련해 그는 "두 분의 의사가 중요하다.

해달라 하면 해야 하지만 (경찰관들이) 사과하고 반성하면 다시 생각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 씨와 장 씨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하고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이날 재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