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勞·政 연금개편 대화재개…이견 팽행해 해법 난망

총리 주재로 협의 시작…은퇴연령 등 쟁점 놓고 노조들 간 의견도 엇갈려
총파업 34일째…일부 정유노조도 가세
프랑스의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이 3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가 연금개편안을 놓고 대화를 재개했다. 양측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프랑스의 역대 최장 총파업 사태가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7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노동부 청사에서 프랑스의 주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대표와 회동해 퇴직연금 체제 개편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총리는 회의 시작에 앞서 언론과 만나 "타협안을 찾기 위해 모두가 의견을 조금씩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프 총리는 노조와 사용자단체들이 연금적자를 줄이기 위한 좀 더 나은 방안을 도출한다면 "그것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연금개편의 핵심 쟁점인 은퇴 연령이 현 62세에서 개편 이후 64세 이후로 늦춰지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프랑스 최대규모 노조인 민주노동연맹(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은 이날 협상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4세 은퇴 연령은 법안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CFDT는 그동안 연금개편의 큰 틀에는 찬성하면서도 은퇴 연령 연장 문제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표명해왔다.

CFDT는 이번 총파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은 정부에 연금개편안 자체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CGT 위원장은 프랑스 앵테르 방송 인터뷰에서 정유노조들에 총파업 참가를 촉구하면서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노래는 모든 것을 중단시키겠다는 파업가(歌)"라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의 일부 정유사 노조들은 연금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공장 폐쇄를 막는다는 방침이라 충돌이 예상된다.

CGT는 정부가 연금개편안을 폐기하지 않으면 국철(SNCF)과 파리교통공사(RATP)를 중심으로 한 총파업을 무기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 연금제도를 개편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으로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지만,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해 총파업을 34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번 총파업 기간은 기존의 역대 최장 파업기록인 1986년 12월∼1987년 1월 총파업(28일간)을 이미 넘어섰다.

철도노조와 파리교통공사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의 철도교통과 수도권의 대중교통 전반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총파업에 대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지난 5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4%로, 지난달 중순보다 7% 포인트 하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