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깨어난 홍콩 누아르의 전설들…뮤지컬 '영웅본색'

눈앞에 펼쳐지는 홍콩과 그 시절 주윤발·장국영
불붙은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채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총질을 해대는 마크가 무대에서 되살아났다. 신작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은 1980년대 후반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우상이었던 저우룬파(주윤발)와 티룽(적룡), 장궈룽(장국영)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추억이 듬뿍 서린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했다.
뮤지컬은 홍콩 암흑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송자호', 경찰 신분을 숨기고 지하조직에 잠입한 동생 '자걸', 그리고 송자호의 의형제 '마크'가 펼치는 뜨거운 우정과 가족애를 그린다.

뮤지컬은 영화와 다르게 각색됐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다른 지점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뮤지컬은 홍콩 누아르의 시발점이자 최고봉으로 꼽히는 동명영화 1편(1986)을 큰 줄기로 하고 속편(1987)의 일부를 삽입했다.

자걸이 경찰 신분을 숨기고 지하 조직에 잠입하는 내용은 속편에 나온다. 영화 속 자걸의 여자친구이자 아내 '재키'가 나오지 않는 대신 속편에서 자걸이 암흑가에 잠입하기 위해 접근한 '페기'가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귀에 익은 영화 속 음악과 장궈룽 노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 흥얼거리게 만든다.

극은 장궈룽의 노래 '당년정'(當年情)이 흐르는 가운데 시작하고 후반부에도 한국말 가사가 붙은 이 넘버(노래)가 나온다. 지난 2일 프레스콜에서 송자호 역 유준상이 "영화 같은 뮤지컬"이라고 했듯 공연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뮤지컬을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1천 장이 넘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로 구현한 영상 때문이다.

네온사인 화려한 홍콩 거리, 침사추이와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섬 야경, 총격전이 벌어지는 부두, 청킹맨션 등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구현돼 마치 현지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누아르, 형제애, 우정, 총격전과 패싸움 등 '영웅본색'이 남성 중심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40∼50대, 특히 남성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젊은 여성이 관객 대다수를 차지하는 뮤지컬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유준상, 민우혁, 최대철, 박민성, 한지상, 박영수 등이 펼치는 뛰어난 연기와 노래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박수를 보낼 것 같다. 3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