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청와대 사과가 먼저"…기업은행장 갈등 출구 찾나[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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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행장, 본점 대신 임시 사무실로 출근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 3일에 이어 전날에도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발길을 돌린 만큼 당분간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을 이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조추천이사제 해법으로 거론…노조 "협의대상 아냐"
노조는 이날 오전 8시20분께 을지로 본점에서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낙하산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청와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반면 윤 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상황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와의 마찰을 최소화해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윤 행장은 이날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를 만나기 위한 본점 출근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투쟁 총선까지 계속…"청와대 사과 우선돼야"
노조는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과는 협상할 이유가 없다"면서 "청와대가 낙하산 행장 임명에 공식 사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이 관행처럼 인식되는 것에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누그러질 것'이라는 정부 관료들의 태도에 분노하면서 "4.15 총선까지 투쟁을 이어가 여당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쟁이 장기화되면 동력을 잃고 여론은 악화될 수 있다. 출구전략을 세워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와 맺었던 정책협약서를 제시하면서 모든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금융노조가 맺은 '2017년 대선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에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조추천이사제 해법될까…노조 "협의대상 아냐"
기업은행장 갈등을 해결할 해법으로 노조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포함)가 거론되고 있다. 노조와 금융당국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별도의 협의 사안으로 묶어 윤 행장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참여시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 노동자가 직접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다. 노동이사제와 달리 상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아 주주들의 찬성만으로 가능하다. 금융업계에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와 윤 행장 임명은 별개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금융업계의 발전을 위한 사안일 뿐 기업은행 낙하산 임명과는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청와대가 먼저 인사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유감'을 표한 뒤 윤 행장과 노조의 상견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조추천이사제, 직무성과급제(직무별로 임금체계를 달리하는 제도) 등이 협의 사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해법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4.15 총선을 위해서라도 설날을 넘기지 말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