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 듯…中, 국영기업 개혁은 커녕 '당의 지배' 강화

"모든 경영상 중요 결정, 당 조직 논의 거쳐야" 명문화
국영기업 개혁 요구하는 미국과 갈등 빚을 전망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국영기업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되레 당의 국영기업 지배를 강화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중앙위원회는 국영기업 내 당 조직 결성을 의무화하고, 당 조직이 국영기업 경영과 관련한 권한과 책임을 규정한 문건을 작성해 발행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모든 국영기업은 회사 정관에 당 조직 건설을 명시해야 하며, 3명 이상의 당원을 고용한 국영기업은 반드시 당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나아가 경영상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나 경영진에 회부되기 전에 당 조직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당 서기와 이사회 의장은 동일 인물이 맡아야 하며, 주요 경영진 내에는 당 부서기가 포함돼야 한다.

또한, 이사회에는 경영상 역할을 맡지 않고 '당 조직 건설'에만 책임을 지는 특별 부서기가 포함돼야 한다.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 중 당원인 사람은 '당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을 최우선 임무로 삼아야 한다. 당 중앙위원회가 이처럼 국영기업에 대한 당의 전면적 영도를 명문화한 문건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후 중국 공산당은 겉으로는 이사회 권한 강화 등 국영기업 지배구조의 현대화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국영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한 당의 지배를 강화해왔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수십 개 중국 본토 기업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정관을 개정해 기업 지배구조에 당 조직의 건설과 운영을 명문화했다. 그 결과 2017년 말 현재 중국 국영기업 중 당 조직이 건설된 국영기업의 비중은 93%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국영기업이 정부와 밀착해 막대한 보조금 혜택 등을 받는다고 비판하면서 국영기업 개혁을 무역협상의 중요 의제로 삼아왔으며, 중국 국영기업을 겨냥한 법안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교통기관들이 연방 자금으로 중국 정부가 소유·통제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한 기업이 제작한 철도차량과 전기버스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SCMP는 "국영기업에 대한 당의 지배 강화는 중국 정부가 주장해온 국영기업 지배구조 현대화와 상충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의 갈수록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