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우려로 24년 만에 춘제 퍼레이드 취소

홍콩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따른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올해 춘제(春節·설) 퍼레이드를 취소했다. 매년 수십 만명의 관광객이 참여하는 춘제 퍼레이드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96년 이 행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 관광청은 매년 춘제 연휴 기간 침사추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퍼레이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침사추이 지역이 홍콩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로 불렸던 홍콩이공대와 가까워 시위의 중심지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관광청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퍼레이드 대신 웨스트카우룽 문화지구에서 소규모 카니발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매년 1월1일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던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도 취소됐다. 홍콩 경찰은 인파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오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취소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 국경절(10월1일) 기념 축제와 새해맞이 불꽃놀이에 이어 춘제 퍼레이드도 취소되면서 홍콩 관광업계가 입는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작년 11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위가 장기화하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홍콩에서 철수하거나 매장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은 최근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 베이에 있는 타임스퀘어몰 매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브랜드인 폴리폴리도 지난해 12월 홍콩 매장을 폐점했고 프라다도 홍콩 내 최대 매장을 새로 단장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