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바꿨다…홈술·회식도 '와인 천하'

대기업이 주도한 와인 시장
와인 소비 트렌드도 달라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 ‘주류 특화매장’을 1400여 개나 열었다. 와인, 위스키 등 주류 전문점에나 가야 구매할 수 있는 술을 판매하는 점포들이다.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는 소비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마트24의 와인 판매는 2018년 약 20만 병에서 지난해 60만 병으로 세 배 급증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당초엔 약 500곳을 열 계획이었는데, 점주들의 신청이 쇄도해 목표보다 세 배 가까이 주류 특화매장을 늘렸다”며 “1~2인 가구, 연령대로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와인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편의점 와인 급속 확산

국내 와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2억3423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12월까지 합하면 연간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치였던 2018년 2억4401만달러를 웃돈 게 확실하다.와인시장 성장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소규모 와인 수입상 중심이던 이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자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했다”고 말한다. ‘와인 파는 편의점’을 급격히 늘린 게 대표적 수요 창출 사례로 꼽힌다. 동네 어디나 있는 편의점에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공급해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GS25는 작년 12월부터 ‘와인 예약’까지 받는다. 온라인으로 와인 구매를 신청한 뒤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600여 곳의 GS25 매장에서 이 서비스가 이뤄진다. 지난달 하루 평균 약 120병의 와인을 예약을 통해 판매했다.

이마트24도 비슷한 서비스를 700여 곳에서 시행 중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1~2년 안에 국내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은 이미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가 됐다. 이마트는 올해 와인 상품을 1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에서 살 수 있는 와인 종류만 160여 종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설 선물세트 ‘전략 상품’으로 와인을 선정했다. 수천만원대의 ‘샤토 페트뤼스2010’ 등 초고가 와인부터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킨 내추럴 와인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췄다.

회식 줄고 홈술 문화 영향도
주류 소비 트렌드와 구매 연령대 변화도 와인시장을 키웠다. 과거 ‘비싼 술’로 여겨져 대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에 한정됐던 와인 구매층이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와인을 ‘잔술’로도 많이 마신다. 이 시장을 공략한 것이 ‘오늘 와인 한잔’ ‘와인주막 차차’ 등 와인 카페 프랜차이즈다. 한 잔에 2900원부터 한 병에 2만원짜리 등 중저가 와인을 주로 판매한다. 호응은 상당하다. 오늘 와인 한잔은 설립 2년 만에 매장을 70여 개로 늘렸다.

식당에 와인을 가져가면 추가 비용 없이 마실 수 있는 ‘코키지 프리’ 식당도 크게 늘었다. 서울에만 53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곳은 ‘칠백식당’ ‘창고43’ ‘송추가마골’ 등이다. 와인 한 병당 1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코키지를 부과하는 곳도 많다.각종 모임에 취향대로 마시고 싶은 와인을 한 병씩 가져오는 BYOB(bring your own bottle) 문화도 최근 확산하고 있다.

안재광/김보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