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공격에 정부 비상…외교·국방부 "최악 상황도 대비"

강경화, 중동지역 공관장과 화상회의…정경두, 軍지휘부와 긴급대책회의
한국민·파병부대 안전대책 집중 논의…외교 재영실장도 중동行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한국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정부는 외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전역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과 기업, 파병부대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란과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 공관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현지 정세, 한국 국민 및 기업의 안전 상황 등을 보고받고 본부-공관간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강 장관은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면서 무엇보다 한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를 위해 공관에서도 24시간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부내 대책반 및 관계부처 등과 유기적 협력 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지난 5일부터 가동 중인 부내 안전관리 대책반 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동정세 추가 악화 가능성과 원유 가격, 교역 투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지속 경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박한기 합참의장,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합참 주요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동 상황 관련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다.정 장관은 회의에서 "현 상황과 관련해 우리 국민과 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해 대비하고, 정부 유관 부처와의 긴밀한 연락 및 공조 체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미국 국방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의 아크 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 등 중동지역 파병부대에 부대원들의 안전 조치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외교부와 국토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별도 회의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최악의 경우 한국인 철수까지 염두에 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현지 교민 및 기업 근로자를 보호하고 수송하기 위한 군 장비 지원계획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인은 미·이란 '전장'으로 변한 이라크에 1천570여명, 이란에 290여명,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700여명,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활동하고 있는 레바논에 15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또 이날 이란이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예로 든 아랍에미리트(UAE)에는 한국인 1만8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라크 체류 한국인 다수는 카르발라 정유공장, 비스마야 신도시 등 각종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형 건설사 직원이다.

한국인 체류 지역은 이날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북부 에르빌이나 서부 알아사드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아직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이라크 내 한국 기업인들에게 외출 자제와 철저한 사업장 경비를 당부하면서, 미군기지 인근 등 위험 지역에 있는 경우 지방 사업현장 등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또 다수 인원이 체류하는 사업장은 사태 확산에 대비해 한국 국민 보호를 위한 비상대비계획을 점검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8일 요르단 암만에 도착, 한국민 안전대책을 현장에서 챙기고 있다.이 실장은 원래 예정된 중동지역 사건·사고 영사회의 주재차 암만을 방문한 것이지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관련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