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생산 마진 역사적 저점…플라스틱·PVC 등 회복이 화학시황 좌우

석유화학 업황 전망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석유화학 업황을 보여주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역사적 저점에 도달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란 에틸렌 가격에서 이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차감한 제품의 마진, 즉 에틸렌 생산설비의 채산성을 뜻한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에서 에틸렌은 가장 큰 축을 이룬다. 이런 에틸렌 스프레드가 일반적 저점으로 보는 t당 250달러 수준을 밑돌았다. 이를 하회할 경우 설비 가동률을 낮추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에틸렌을 포함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마진이 악화됐지만, 여전히 바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원가경쟁력이 더 높은 신규 설비들의 대규모 증설과 수요 감소 그리고 원가 상승이란 부담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경우 구매심리 개선과 중국의 부양정책에 힘입어 에틸렌 스프레드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 에틸렌 수출 터미널이 완공되면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수요 회복이 극복하기 어려운 공급과잉을 초래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에틸렌 유도품인 폴리에틸렌, 에틸렌글리콜 등을 수출한다. 2020년 초에는 이에 더해 에틸렌 수출도 가세된다. 일반적으로 세계 에틸렌 스포트 시장은 연간 600만t 안팎으로 추정된다.미국의 에틸렌 수출터미널을 통한 수출물량은 연 100만t 규모로 전체 스포트 시장의 16%에 해당한다. 이미 아시아와 미국의 에틸렌 가격은 동조화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출 터미널로 미국의 에틸렌 병목현상이 사라지는 만큼 아시아 에틸렌 공급과잉 흐름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근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기준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진 이유도 미국과 아시아 간 에틸렌 가격 동조화 현상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밑돌 시 기업들의 신규 증설은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의 낮은 에탄 가스 가격은 아시아 NCC설비 대비 월등한 원가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미국의 셰일가스를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유가가 셰일업체의 채산성 아래로 폭락하지 않는 한 미국 원유 및 가스생산량 증가와 함께 석유화학 설비의 신규 증설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원가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아시아 NCC설비보다 가동률을 낮출 이유도 없다.

다만 에틸렌 업황이 석유화학 시황을 대표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 폴리염화 비닐(PVC), 합성고무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이 에틸렌의 시황 악화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성장률 둔화 및 글로벌 무역분쟁에 따른 구매심리 약화는 이들 제품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에틸렌과 같은 공급충격은 없다. 궁극적으로 의미 있는 신증설이 예정돼 있지 않은 이들 석유화학 제품군은 무역분쟁 완화 또는 경기회복에 따라 시황이 탄력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

daniel.dy.lee@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