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가장 많이 올랐는데…'투기와의 전쟁'서 빠진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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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옥죌 때 집값 나홀로 질주…신축 입주권엔 4억 웃돈대전 부동산시장이 남모르게 웃음짓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모두 피해서다. 그새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면서 서울 집값 잡기에 혈안이 된 사이 비(非)규제지역 풍선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 대책 내놓겠다지만…규제지역 지정 1년 반째 전무
◆집값 상승률 전국 최고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주택가격 변동률은 6.82%로 집계됐다. 유성구는 10.03% 올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구와 서구도 각각 8.10%와 7.77% 상승해 나란히 2~3위에 들었다. 2018년 여름부터 17개월 연속 상승세다. 규제가 집중된 서울 집값이 1년 동안 1.25%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유성구 상대동 ‘트리풀시티5단지’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6억44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지난해 이맘때보다 1억2000만원 이상 올랐다. 서구 도안동 ‘현대아이파크’ 같은 면적대 또한 5억4600만원에 실거래돼 같은 기간 4000만~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집값이 오르면서 중위가격은 부산을 추월한 지 오래다. 중위가격이란 모든 집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집의 매매가격을 말한다. 대전 주택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2억2900만원으로 부산(2억1900만원)을 4개월째 앞서고 있다
집들이를 앞둔 새 아파트엔 더 큰 웃돈이 붙는 중이다. 탄방동 탄방주공을 재건축하는 ‘e편한세상둔산1단지’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은 지난달 말 7억686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분양가 대비 4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2년 전 1순위 청약에서 32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탄방동 A공인 관계자는 “일대 새 아파트가 없어 준공 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대전 집값이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공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그간 대전 집값을 짓누르던 세종시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8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5년 동안 7만 가구가량이 입주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600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대전의 입주물량도 예년 수준인 6200가구에 그친다.
규제 풍선효과는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전방위적 규제가 가해진 탓에 전국구 투자자들이 이를 피해 대전으로 몰린 것이다. 대전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 투기지구 등 3단계로 구분된 부동산 규제 가운데 한 가지도 해당 사항이 없다. 최근 연달아 발표된 ‘11·6 대책’과 ‘12·16 대책’의 내용 또한 대전 투자자들에겐 남의 일이다. B공인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엔 소액 갭투자자들이 몰리고 재건축·재개발도 ‘딱지(입주권)’를 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요건 갖췄지만…‘규제 무풍’정부는 더 강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다음 규제에 대전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시장 안정이 정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있다”면서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섯 차례에 걸쳐 발표한 크고작은 대책은 모두 규제의 강도를 높인 것일 뿐 규제지역을 신규 지정한 건 2018년 8월 경기 광명과 하남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게 마지막이다.
대전 대부분 지역은 이미 지정 요건을 갖췄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각각 1.3배 또는 현저하게 높은 경우 우선 요건이 충족된다. 대전 물가상승률은 최근 3개월 -0.01%로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과 격차가 크다. 유성구(4.87%)와 중구(4.45%), 서구(3.80%)는 최근 평균 청약경쟁률도 5 대 1을 웃돌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모두 채운 상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안건에 오르지 않으면 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주정심에서도 대전의 규제지역 지정은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으로 국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은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곧바로 ‘규제 종합선물세트’가 쏟아진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60%로 줄고 다주택자에겐 양도소득세가 최고 62%로 중과된다. 청약 1순위 자격도 통장 가입기간 2년과 거주기간 1년 등으로 강화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문턱이 높아진다.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가능 주택 수가 1채로 줄어들고,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와 5년 재당첨 제한 등이 적용된다. LTV는 40%로 내려가 이주비를 끌어와야 하는 조합원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3억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과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