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美의 '차이나 드림'과 시진핑의 '중국몽'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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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통상 전문가 안세영 교수
위대한 중국은 없다
'中이 WTO 가입하면
자유민주주의國 될 것'
![안세영 성균관대 특임교수는 “중국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A.2139511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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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중국 예외주의’에 빠진 공산당의 오만은 역사 왜곡과 영토 팽창욕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중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를 쓴 이유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안 교수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을 거쳐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국제 협상 및 통상 전문가로 중국을 자주 오가던 그는 중국의 야욕과 교만이 지도층에서 일반으로 퍼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런 중국의 오만에 우리가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중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5년 전부터 집필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몽골, 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자료를 두루 찾아봤다. 역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책은 천하의 중심인 ‘중원’과 주변의 ‘속국’으로 이분하는 중화사상을 한국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변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교수는 이를 ‘망언’이라 했다. 그는 “시 주석이 ‘위대한 중국’을 외칠 때 우리는 냉정하게 ‘진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한·중 양자관계를 넘어 삼각관계로 그린다. 한족 왕조를 기반으로 한 중원과 몽골, 만주 등 북방 몽골리안,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 있었던 한반도다.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이나 고려의 귀주대첩 등을 예로 들어 중원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며, 한반도는 속국이 아니라 중국과 ‘군사동맹국’ 관계였음을 보여준다.현재진행형인 미·중 갈등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안 교수는 “1차 합의엔 도달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는 오래갈 것”이라며 “관세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무역협정이지만 다음 단계에선 미국이 정부 주도형 산업발전정책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국가 발전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은 해외 투자를 받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거듭나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 생산 분업체제가 무너지면 결국 중국이 ‘지는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갈등이 있는 곳에선 투자금이 빠져나간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면 체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선 2050년이 돼도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없는 이유를 추가로 제시한다. 중국이 군비 확장에 퍼붓는 달러는 대부분 미국에서 흘러나온 돈이라는 점, 미국에 비해 동맹국이 적고 다른 나라들이 동조할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점도 들었다.
안 교수는 “한국은 중국에 굴복하지 않고 ‘미들 파워 국가’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국제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인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창의는 다양성이란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다양성은 민주사회에서 다져진다. 안 교수는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민주화를 하지 않고 선진화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안세영 지음, 한국경제신문, 232쪽, 1만5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