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강 앞에서 멈춘 보수통합…박근혜 한 마디면 되는데, 메시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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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 마디면 보수통합 급물살내년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통합이 탄핵의 강 앞에서 멈췄다. 보수통합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통합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보수 재건 3원칙'을 수용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통합 데드라인은 2월 초
우리공화당 "1월 내 박근혜 메시지 나올 것"
유 의원이 요구해 온 '보수 재건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 등이다.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이 보수통합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래도 이번 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제안을 안 받아들이고 대선주자들끼리 '자강두천'하다가 다들 탄핵의 강에 빠져죽는 판인가 보다"라고 했다. 자강두천은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줄임말이다.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은 우리공화당에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해결할 사람은 박근혜 본인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을 하라고 하면 따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때문에 한국당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박 전 대통령 측에 보수통합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친박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수통합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내달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접견을 거부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본인 탄핵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우선 통합해 총선에 임해달라'고 메시지를 내면 한국당 내 친박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새보수당 뿐만 아니라 우리공화당까지 포함하는 보수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보수야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보수대통합을 주문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가 분열돼 총선에서 패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의원은 "제 생각에는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에 감정이 많이 상해 있으니까 감정적인 부분도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에 앞장선 인물들을 품을 수 있을 만큼 감정적으로 정리가 됐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지난해 언론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 형식의 정국 보고를 해오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내년 1월쯤 총선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조만간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선거 일정으로 볼 때 보수통합 데드라인은 2월 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