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脫서양사관…'4대 문명설'에 반기 들다

신세계사 1
“이제는 역사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완전히 뒤집어야 할 때가 됐다.”

중국 역사학자 쑨룽지가 쓴 《신세계사》 시리즈 첫 권의 첫 문장이다. 그가 세 권으로 기획한 시리즈의 제목처럼 이 책의 키워드는 ‘새로움(新)’이다. 무엇이 새로울까. 저자의 이력부터 살펴보자. 1945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난 쑨룽지는 홍콩에서 자랐고 대만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러시아사로 석사학위를, 동아시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캐나다 여러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이후 대만에서 활동했다. 《신세계사》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연구를 했고 미국 사학계에 정통한 중국 학자가 학문의 경력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내놓은 책이다.저자는 “글로벌 시대인 오늘날에 여전히 민족국가 시대의 의식으로 펼쳐낸 역사 서사를 보고 있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썼다. 탈민족주의와 글로벌 관점의 세계사에서는 “서양중심론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세계사를 새로 써 내려간다. 첫 권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인류의 족적부터 이탈리아를 평정하고 지중해의 맹주가 된 로마의 등장까지를 모두 16개 장으로 나눠 다룬다.

학창 시절 배운 세계사 교과서와는 다른 내용들이 새롭다. 먼저 메소포타미아·인더스·이집트·황하 문명 등 이른바 ‘4대 문명 고국(古國)’의 틀을 깬다. 저자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나일강, 황하 등 4대 강 유역에서 문명이 기원했다는 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대하(大河) 유역 요람설’은 고대 아메리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논박한다. 그는 4대 문명의 핵심을 면밀하게 짚으면서 중남아메리카 고대문명과 오세아니아 문명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다룬다.새롭긴 하지만 도전적이고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가설과 견해가 적지 않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추천의 말’에서 “일방적으로 서양으로 흘러가는 역사가 아니라 사방을 종횡무진하는 인류 역사의 진정한 흐름을 찾아가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유진 옮김, 흐름출판, 632쪽, 4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