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일성 "삼성 노조·경영권승계 문제도 다루겠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법무법인 지평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삼성의 노조, 경영권 승계 문제도 준법감시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성이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진위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 따라서 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위원회 구성과 지위에 있어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삼성이 이를 수용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태생적 한계를 넘어 삼성의 ‘가장 아픈 곳’도 건드리겠다는 얘기다.

오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공판이 결과적으로 경영권 승계 의혹과 연관돼 있고, 지난해 12월 노조 와해 혐의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된 것 역시 삼성의 오랜 무노조 경영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대신 전권을 보장 받은 셈이다. 진보 성향 대법관 출신인 그는 삼성전자 백혈병문제조정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삼성과 연을 맺었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 프로그램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삼성에게 거듭 다짐과 확약을 받았다”고 힘줘 말했다.이 부회장 공판을 앞두고 ‘감형 전략’ 일환으로 준법감시위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선 “총수 형사재판에서의 양형사유 면피용 아닌지, 삼성이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수락한 이유는 계기가 무엇이든 삼성이 스스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준법경영은 삼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 의제”라며 “삼성의 변화는 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준법감시위가) 서로 소통하고 화해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준법감시위를) 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게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기보단 실패하더라도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저 혼자나 위원회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와 사회가 함께 걸어갈 길”이라고 덧붙였다.다음달 공식 출범 예정인 준법감시위는 삼성 이사회 주요 의결사항과 협력업체 일감 몰아주기, 부정청탁 등의 사안도 성역 없이 다룰 예정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7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삼성 내부 인사인 이인용 총괄까지 일체 삼성 측 관여 없이 꾸렸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기업으로서 삼성의 성공을 바라면서도 최고경영진에 대해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위원회는 이 지점에 대해 삼성이 자성하고 의지를 담아 고쳐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삼성 최고경영진의 진정한 변화 의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