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내가 '대장'이라 생각하고 도전해요"…알바생 유튜버 '윤쭈꾸'

2020 희망을 쏘는 사람들
“사랑과 열정을 손님들에게~ 원, 투 아마존! 물에 젖는 여기는 아마존조로존존존!”

국내 유명 놀이공원의 한 놀이기구 입구. 한 남성이 10여분 넘게 신명나는 랩과 흥겨운 춤사위를 벌인다. 주인공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유튜브 스타’ 윤주현씨(26)다. 윤씨가 한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대기열을 관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지난해 유튜브에서 집계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유튜브 콘텐츠(뮤직비디오 제외)’ 2위에 올랐다. 그는 스스로를 ‘알바생’이라고 소개했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와 정규직 직장 두가지 꿈을 모두 잡겠다는 포부로 고된 알바 업무가 끝난 뒤에도 꿈을 향해 달렸다.
'윤쭈꾸' 유튜버 윤주현씨.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알바로 광고·드라마까지 출연

윤씨는 본명보다 ‘윤쭈꾸’라는 유튜브 채널명으로 더 유명하다. 쭈꾸미를 닮았다고 해 친구들이 윤씨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2017년 에버랜드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윤씨는 한 수상 놀이기구의 대기열을 돌보는 일을 지난 8월까지 해왔다. 탑승 대기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놀이기구에서 윤씨는 손님들의 대기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일을 했다. 윤씨가 손님에게 랩과 춤으로 놀이기구 이용을 재밌게 안내하는 영상은 지난 8월 유튜브에 올라와 8일 기준 조회수 1460만여회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윤씨는 웹드라마에 출연하고,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광고까지 찍었다.

윤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 MC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중학생 때까지 육상 선수 활동을 했지만 자신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할 때 즐거워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진로를 바꿨다. 대학에선 MC 관련 수업을 듣기 위해 연기를 전공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줄 알아야 MC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윤씨는 행사 진행 업무는 물론 택배 물류센터, 고깃집, 횟집, 빵집, 국밥집, 편의점 등에서 알바를 하며 손님들을 즐겁게 해줄 방법을 찾았다. 과일 장사를 할 땐 이른 새벽마다 도매 시장의 경매 현장에 가서 값을 높여 받으려는 상인들의 손짓과 말투도 배웠다. 에버랜드에서 윤씨의 열정이 발휘됐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랩을 직접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윤씨의 적극적인 태도에 놀이공원 측과 동료들은 윤씨에게 한 유튜브 방송 출연을 제의했다. 그가 지난해 만든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8만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윤씨에게 “지나치게 튀려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도 보였다. 그때마다 윤씨는 “‘내가 대장이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며 “직장 분위기를 이끄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대장‘으로서 일해야 주변에서 신뢰하고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깃집에서 손님이 불편해 하면 사장님의 말이 없어도 음료 서비스를 했다”며 “적극적이고 밝은 업무 태도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기성 세대의 격언을 밀레니얼 세대인 윤씨 나름대로 해석해 행동으로 옮겼다.

◆“새로운 도전 위해 ‘교집합 시기’ 버틸 줄 알아야”

윤씨는 지난 12월부터는 서울랜드로 출근하고 있다. 에버랜드에서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그가 찾은 새로운 계약직 일자리다. 윤씨는 저녁까진 공원 직원으로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공원 직원의 일상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며 ‘투잡’을 뛰고 있다. 윤씨는 “90년대생들은 학교에서 ‘앞으로는 직업을 한 가지만 가질 수 없다’는 교육을 받은 세대”라며 “한 가지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쟁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과 비교해 알바생과 유튜버를 병행하고 있는 삶이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윤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MC가 되겠다는 목표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신념은 지킬 작정”이라고 했다. 윤씨는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원래 하던 일과 새 도전,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교집합’ 시기를 버틸 줄 알아야 새로운 일에 정착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