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충돌우려 완화에도…시선 끄는 美 방산주[한민수의 스톡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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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우려 완화
"상승추세 계속될 것"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가는 분위기지만 금융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방위산업주(株)가 주목해야 할 투자처로 거론된다.
9일 오후 1시3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1% 상승하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의 대국민 연설에 이란 우려를 딛고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의 사상자가 없었다"며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은 피한 것이다. 앞서 이란은 미국이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사일 공격 직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수시간 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그린존'이 로켓 공격을 받는 등 긴장감은 여전하다. 그린존은 미국 대사관 등 각국 공관이 밀집한 지역이다. 로켓이 어디서 발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 상황을 감안하면 증시 접근에 있어 양국의 무력 충돌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문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직접 전쟁에 관여한 것은 걸프전(1990~1991년)과 이라크전(2003년)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S&P500지수는 1990년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16.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8% 급락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당시 주가 하락에는 걸프전 영향도 있었지만, 미국 저축대부조합 등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겹친 탓도 크다"고 판단했다. 1990년 7월에 미국은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S&P500은 1991년 1월 미국이 이라크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는 시점 이전에 바닥을 벗어났다. 걸프전이 끝난 같은 해 2월에는 쿠웨이트 침공 전 주가를 거의 회복했다.
이라크전의 경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오히려 주가가 올렸다. S&P500과 코스피는 각각 4.6%와 5.4% 상승했다. 당시의 상승은 2000~2001년 닷컴버블 붕괴와 미국 경기침제 직후 주가가 이미 꽤 하락했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허 팀장은 "두 사례를 보면 실제 원유공급 훼손 및 경기침체 여부가 중요하다"며 "주가가 급락한 걸프전 당시에는 해상 봉쇄 등으로 원유수출이 막혔고 미국의 경기침체 조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라크전 당시는 세계 경기가 침체를 점차 벗어났고, 원유 공급 차질도 심각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유가급등 위험이 예전보다 낮아지고 있고, 경기침체 우려도 크지 않다. 세계의 자금흐름이 위험자산 회피(Risk Off)로 전환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 미 방산주 ETF 주목
미국과 이란 관련 뉴스가 발생할 때마다 방산주에 관심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방산주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평균 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방산주에 대한 관심은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에 꾸준히 확대됐다"며 "2018년 말 미국의 방위비 지출은 약 6470억달러로 2위 국가인 중국의 2.5배고, 올해 지출은 71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 끊이지 않는 중동 지정학적 위험, 각국의 국방력 증대 노력 등이 미국 방산주 투자 매력을 높일 것으로 봤다.
미 방위·군수산업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ETF로 XAR ITA PPA 등을 소개했다. ITA의 경우 다른 ETF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ITA는 보잉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록히드마틴 등에 약 45%를 투자하고 있다. 이 중 보잉은 737기존에 대한 결함 사고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에도 180여명이 탑승한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란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