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열풍' 타고 체조 금메달 지휘 조성동 감독, 베트남 진출

양학선 금메달 일군 한국 체조 '미다스의 손'…베트남 남자대표팀 지휘
2018 평창올림픽서 스키 에어리얼 감독도 지내…"끝없이 도전하겠다"
'박항서 열풍'을 타고 또 한 명의 한국인 체육 지도자가 베트남에 진출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양학선(28)을 키운 조성동(73) 전 체조 대표팀 총감독이 주인공이다.

조 전 감독은 2월 1일부터 베트남 남자 체조 대표팀을 지도한다.

계약 기간은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까지다. 조 감독은 필요한 행정업무를 마치는 대로 하노이로 출발해 우리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같은 시설에 머물며 베트남 체조 영재들을 육성한다.

베트남 축구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린 박항서(61)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덕분에 한국 지도자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조 감독도 박항서 열풍에 힘입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었다. 대한체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께 우호 관계인 베트남체조협회와 조 감독의 인연이 닿아 감독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후 양측은 신분 확인, 계약 조건 조율 등을 거쳐 최근 계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 감독은 9일 "일단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어린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해야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학선처럼 도마 종목을 잘하는 선수를 1∼2명 발굴하고, 베트남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단체전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끝없이 도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조 감독은 서울 태릉선수촌 시절 간판선수들을 여럿 길러낸 한국 체조의 산증인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유옥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여홍철을 앞세워 금메달에 도전했다.

여홍철의 은메달은 조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20년간 머물던 태릉선수촌을 떠났다가 2009년 한국 체조의 구원 투수로 다시 대표팀 총감독을 맡았다.

이어 3년 만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마침내 양학선을 내세워 지도자 생활 33년 만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한(恨)을 풀었다.

2013년 체조 지도자 퇴임식에서 제자들의 큰절을 받고 태릉선수촌을 떠난 조 감독은 2015년 스키 대표팀 감독에 취임해 또 한 번 화제에 올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전 종목 출전 프로젝트의 하나로 대한스키협회는 기계체조 도마와 비슷한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종목의 지도를 조 감독에게 맡겼다.

이젠 지평을 베트남으로 넓힌다.

조 감독은 "유옥렬, 여홍철, 이주형, 양학선을 모두 고등학교 다닐 때 성인 대표팀으로 뽑아 지도했다"면서 "이런 경험을 살려 베트남 어린 유망주 중에서 진주를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의 양강 체제에서 대만, 홍콩 등이 남자 기계체조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상황이라 조 감독의 육성 방식에 따라 베트남 체조도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