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병하지 않길"…'단교' 가능성 언급한 이란 대사

주한 이란대사, 미국의 한국군 파병 요청 언급
"단교까지 고려할 정도로 영향 줄 수 있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일 없길"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이 미국에서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할 경우 단교까지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은 '미국의 이란 공격 규탄, 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이 미국에서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할 경우 단교까지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는 9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단교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앞서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으로 살해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8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미사일 십여발을 발사하며 보복공격을 했다.

양국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경제제재를 한다고 발표하며 긴장을 완화했다. 그러나 이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원인을 두고 대립하는 등 신경전은 여전하다.

먼저 샤베스타리 대사는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봤다. 그는 해당 인터뷰를 통해 "지금으로선 전쟁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우리를 또 친다면 바로 반격할 것"이라고 전했다.그 가운데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앞서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파병 건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7일 국내 언론을 통해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분위기가 냉각된 상황에서 파병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샤베스타리 대사는 "타국이 군사 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1000년 이상 신라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 이 시점이 가장 위기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거기(단교)까지도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을 잃을 수 있을 것이며, 이란 국민이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이미 한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국가의 기업이 한국 기업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 원유 수입도 지금은 제재 때문에 어차피 (한국이) 안 하고 있지만, 그것도 미래에 (이란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경제적인 걸 떠나 한국에 대한 이란의 국민 정서가 분노로 바뀔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한국의 관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왜 제3국이 개입을 하나.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파병 문제, 한-미 입장 반드시 같을 순 없어" /사진=연합뉴스
한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에 있는 나라들과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순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란과 오랫동안 경제 관계를 맺어 왔고, 지금으로서는 인도적 지원과 교육 같은 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파병을 검토한 것 자체가 미국과 결국 파병 약속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도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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