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제러미 벤담과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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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말·트라우마 공감학교
▲ 제러미 벤담과 현대 = 강준호 지음.
당대부터 주로 비판의 대상으로 거론된 '공리주의의 아버지' 벤담 사상을 중립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들과 관련지어 그 가치와 의미를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벤담은 인권 사상의 배아인 자연권에 의문을 제기했고 파놉티콘(원형감옥)을 기획했으며 반자유주의·전체주의·집단주의·부권주의의 인큐베이터로 지목당해 왔다.
특히 그가 주창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합리화하는 전거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고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런 경향을 더욱 심화했다.
근현대 공리주의 사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우선 개인의 자유와 권리, 정부의 권한과 민주주의, 분배적 정의, 제국주의 등 주요 쟁점들에 관해 존 스튜어트 밀과는 판이한 입장에 섰던 벤담을 '고전적 공리주의자'로 묶어 함께 취급하는 데에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이 책은 이미 18세기 영국의 도덕철학 및 정치철학은 물론 신학·정치경제학·정치적 토론에 널리 퍼져 있던 공리주의적 논변의 흐름을 살펴본 뒤 이러한 사상적 전통 속에서 벤담 공리주의의 독창성을 개괄한다.
또 벤담의 자유 개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해석들을 문헌적 전거를 통해 비교하며 벤담이 계몽군주에 의한 개혁으로부터 민주적 정부를 옹호하게 된 역사적·철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공리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이어 벤담의 경제적 자유주의, 분배적 정의와 복지국가에 대한 이론, 법철학에서 법과 도덕의 관계, 평화론과 반(反)제국주의, '행복'과 '웰빙' 개념에 대해 고찰하며 이기주의와 공리주의의 충돌 혹은 그 모순의 내용을 점검해 본다. 저자는 "공리주의의 설계자 벤담이 구상했던 인간의 자유, 정의, 행복의 기준점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를 읽어내는 데 유용한 시사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416쪽. 2만7천원. ▲ 긴즈버그의 말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 오현아 옮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평생 여성과 소수자 권익을 위해 헌신한 긴즈버그 사상과 신념이 담긴 법정 의견서와 언론 회견·강연·포럼 등에서 한 말 가운데 정수를 모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법률가로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협력해 여성 인권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히 젠더 차별과 관련한 소송 사건을 맡아 판례를 바꿔나가는 전략으로 차별을 크게 개선해 나간다.
연방대법관에 오른 후에는 남성 입학생만 받던 버지니아군사대학교에 여성이 지원할 기회를 최초로 여는 판결을 내리고 남성 동료보다 임금이 적었던 여성 노동자를 위해 반대 의견을 작성한다.
조지 부시 정권 때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 임명된 상황에서도 진보적 의제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2012~2013회기 동안 다섯 번 소수 의견을 내면서 대법원 내 최다 소수 의견을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노령에도 긴즈버그는 "온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권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책은 이러한 그의 인생 역정과 법률가로서 관점과 태도, 오늘날 여성 법관의 지위 향상에 대해 기뻐하는 마음, 법률가 이전 한 인간으로서 소탈한 모습 등을 잘 드러내 보인다.
마음산책. 200쪽. 1만5천500원. ▲ 트라우마 공감학교 = 수잔 크레이그 지음, 김현수 옮김.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학습능력마저 손상을 겪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학교, 즉 트라우마 공감학교(trauma-sensitive school) 운동의 개념과 역사적 전개 과정, 이론적 배경 등을 설명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 가운데 다수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비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와 동시에 뇌발달은 매우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인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일정한 가소성, 즉 적응하는 능력이 유지되며 이는 초기 트라우마의 영향이 회복 가능함을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들은 아직 교육 현장에 제대로 접목되지 않고 있는데 저자는 서로 다른 부문간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가 교육계와 신경과학계 사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긍정적 애착 관계를 경험하게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그런 교육적 실천을 해나갈 교사를 사회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에듀니티. 2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제러미 벤담과 현대 = 강준호 지음.
당대부터 주로 비판의 대상으로 거론된 '공리주의의 아버지' 벤담 사상을 중립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들과 관련지어 그 가치와 의미를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벤담은 인권 사상의 배아인 자연권에 의문을 제기했고 파놉티콘(원형감옥)을 기획했으며 반자유주의·전체주의·집단주의·부권주의의 인큐베이터로 지목당해 왔다.
특히 그가 주창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합리화하는 전거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고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런 경향을 더욱 심화했다.
근현대 공리주의 사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우선 개인의 자유와 권리, 정부의 권한과 민주주의, 분배적 정의, 제국주의 등 주요 쟁점들에 관해 존 스튜어트 밀과는 판이한 입장에 섰던 벤담을 '고전적 공리주의자'로 묶어 함께 취급하는 데에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이 책은 이미 18세기 영국의 도덕철학 및 정치철학은 물론 신학·정치경제학·정치적 토론에 널리 퍼져 있던 공리주의적 논변의 흐름을 살펴본 뒤 이러한 사상적 전통 속에서 벤담 공리주의의 독창성을 개괄한다.
또 벤담의 자유 개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해석들을 문헌적 전거를 통해 비교하며 벤담이 계몽군주에 의한 개혁으로부터 민주적 정부를 옹호하게 된 역사적·철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공리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이어 벤담의 경제적 자유주의, 분배적 정의와 복지국가에 대한 이론, 법철학에서 법과 도덕의 관계, 평화론과 반(反)제국주의, '행복'과 '웰빙' 개념에 대해 고찰하며 이기주의와 공리주의의 충돌 혹은 그 모순의 내용을 점검해 본다. 저자는 "공리주의의 설계자 벤담이 구상했던 인간의 자유, 정의, 행복의 기준점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를 읽어내는 데 유용한 시사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416쪽. 2만7천원. ▲ 긴즈버그의 말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 오현아 옮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평생 여성과 소수자 권익을 위해 헌신한 긴즈버그 사상과 신념이 담긴 법정 의견서와 언론 회견·강연·포럼 등에서 한 말 가운데 정수를 모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법률가로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협력해 여성 인권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히 젠더 차별과 관련한 소송 사건을 맡아 판례를 바꿔나가는 전략으로 차별을 크게 개선해 나간다.
연방대법관에 오른 후에는 남성 입학생만 받던 버지니아군사대학교에 여성이 지원할 기회를 최초로 여는 판결을 내리고 남성 동료보다 임금이 적었던 여성 노동자를 위해 반대 의견을 작성한다.
조지 부시 정권 때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 임명된 상황에서도 진보적 의제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2012~2013회기 동안 다섯 번 소수 의견을 내면서 대법원 내 최다 소수 의견을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노령에도 긴즈버그는 "온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권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책은 이러한 그의 인생 역정과 법률가로서 관점과 태도, 오늘날 여성 법관의 지위 향상에 대해 기뻐하는 마음, 법률가 이전 한 인간으로서 소탈한 모습 등을 잘 드러내 보인다.
마음산책. 200쪽. 1만5천500원. ▲ 트라우마 공감학교 = 수잔 크레이그 지음, 김현수 옮김.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학습능력마저 손상을 겪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학교, 즉 트라우마 공감학교(trauma-sensitive school) 운동의 개념과 역사적 전개 과정, 이론적 배경 등을 설명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 가운데 다수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비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와 동시에 뇌발달은 매우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인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일정한 가소성, 즉 적응하는 능력이 유지되며 이는 초기 트라우마의 영향이 회복 가능함을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들은 아직 교육 현장에 제대로 접목되지 않고 있는데 저자는 서로 다른 부문간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가 교육계와 신경과학계 사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긍정적 애착 관계를 경험하게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그런 교육적 실천을 해나갈 교사를 사회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에듀니티. 2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