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우리은하에서 발견한 '외계행성'은 4600여개

137억 년 전에 대폭발(빅뱅)로 우주가 탄생했다. 대폭발 시점을 ‘0년’으로 보면, 10의 43제곱분의 1초에서 10의 11제곱분의 1초 사이에 전자기력이 생겨났다. 1초~3분 사이 중성미자가 분리되면서 핵합성이 처음 일어났다. 40만 년엔 수소원자가 탄생했고, 비로소 ‘빛’이 나타나면서 어둠이 걷혔다. 10억 년엔 은하와 별(항성)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지구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도 이때 생긴 별이다. 지구는 이보다 35억여 년 늦은 45억~46억 년에 생겼다. 이것이 현재 표준 우주모형이다.

○빅뱅 이론을 완성하다지구, 화성, 목성 등은 태양계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엔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1000억 개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노벨물리학상은 우리은하에서 태양과 같은 항성을 도는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한 미셸 마요르·디디에 쿠엘로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우주구조 해석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제임스 피블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천문학 분야에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여덟 번째다. 1967년 한스 알브레히트 베테 미 코넬대 교수가 ‘별의 에너지 생성 원리(핵반응)’를 밝혀 처음 받았다. 앞서 가장 최근 수상은 2011년 ‘초신성 발견을 통한 우주 가속팽창 증명’이었다.

피블스의 대표 업적 중 하나는 ‘우주배경복사’ 이론을 확립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빅뱅 이후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차츰 식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파를 사방으로 균질하게 뿜어낸다는 게 우주배경복사 이론이다. 즉 가설에 머물렀던 빅뱅이론을 정설로 확립한 게 우주배경복사다. 두 이론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볼 수 있다.피블스는 1965년부터 스승인 로버트 디케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하면서 ‘물리우주론(physical cosmology)’을 창시했다.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장은 “물리학과 수학, 통계학과 천문학을 합쳐 거대 우주구조를 설명하는 학문이 물리우주론”이라며 “피블스는 물리우주론의 교과서를 쓴 사람이며 그가 없이 우주구조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우주배경복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89년 11월 발사한 탐사선(코비)에 의해 증명됐다. 코비는 우주의 온도가 2.73K(절대온도) 안팎에 달한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 이는 우주배경복사의 강력한 근거가 됐다. 코비는 피블스가 일찍이 예측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요동’도 실제로 관측했다. 우주 물질의 밀도차에 따라 온도가 10만 분의 1 수준에서 차이가 나고, 이 차이에 따라 우주 곳곳의 성질이 달라진다(은하 또는 빈공간)는 게 온도요동이다. 2001년엔 코비보다 더 고성능 탐사선인 윌킨슨초단파비등방탐사선(WMAP)이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들었다. 우주 물질의 5%만이 알려져 있고,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는 사실이 이 탐사선을 통해 확인됐다.

○‘앰뷸런스 효과’로 외계행성 찾기마요르와 쿠엘로가 1995년 10월 외계행성(51-페가시-b)을 처음 찾아낸 뒤 현재까지 4760여 개의 외계행성이 추가로 발견됐다. 별과 달리 빛을 발산하지 않는 행성은 간접적 방법으로 찾는다. 대표적인 게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시선속도 변화법, 위성망원경을 이용한 빛가림효과법이다.

도플러 효과는 파동 진원지에서 나오는 진동수가 실제 진동수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을 말한다. 앰뷸런스가 지나가기 전후 들리는 소음 변화가 도플러 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도플러 효과는 별 주위에도 적용된다. 별은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지구의 대형 망원경으로 ‘흡수 스펙트럼’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행성이 별 주위를 도는 과정에서 질량 중심 변화에 따라 스펙트럼이 짧아지고 길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 스펙트럼 자료를 토대로 위치를 계산해 속도를 도출한 뒤, 수학적 모델로 분석하면 질량이 나온다. 그렇게 발견한 게 목성만 한 무게를 가진 최초의 외계행성 51-페가시-b다. 결국 물리우주론의 큰 틀에서 피블스는 이론, 마요르와 쿠엘로는 관측으로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다.

빛가림효과법은 2009년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발사돼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11월 퇴역한 케플러우주망원경(위성)을 통한 행성 발견법이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처럼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며 가릴 땐 별빛이 어두워지는데, 이를 관측한 망원경 데이터를 역시 수학적 모델로 분석하면 행성 크기와 질량이 나온다. 케플러망원경이 빛가림효과로 발견한 외계행성 숫자는 약 2660개에 이른다.○한국, 외계행성 28개 발견

한국천문연구원은 2015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칠레 세 곳 망원경을 연결한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을 가동해 외계행성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28개를 발견했다. 천문연의 또 다른 천체관측망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올해 가동 10주년을 맞았다. 연세대, 울산대, 탐라대 세 곳의 직경 21m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한반도 크기(500㎞)의 렌즈를 구현한 전파망원경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동해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부른다. 올해 4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재현한 초거대블랙홀 ‘M87’도 미국 칠레 남극 스페인 프랑스 등에 있는 8개의 거대전파망원경을 연결해 관측한 결과다. 천문연의 KVN은 M87 발견 과정에서 데이터 보정 등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