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전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유치하려면 더 뻔뻔해져라"

데니스반 아워크라우드 아시아총괄대표
“한국 창업자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유교사상 영향으로 너무 겸손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규모를 키우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인 만큼 보다 더 대담하고 뻔뻔하게 투자자들을 만나야 합니다.”

데니스 반 아워크라우드 아시아총괄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사업 모델이 있고 창업자가 천재적이어도 투자자와 만나 뻔뻔하게 설득하지 않으면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움켜쥐겠다는 근성을 갖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라”고 강조했다.◆‘창업자’를 보고 투자한다

아워크라우드는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벤처투자회사다. 해마다 2500개가량의 기업을 심사해 선별한 1%의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이 중 사업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기업을 기업, 금융회사 등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이버보안, 의료, 핀테크(금융기술) 등 기술 분야에 주력한다.

2013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8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비욘드미트, 코어포토닉스 등 35곳이 엑시트(인수합병, 상장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한국에서는 KEB하나은행 등이 아워크라우드 파트너로 투자에 동참하고 있다. 반 대표는 “한국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기술과 궁합이 맞는 아이템이 있는지 찾고 있다”며 “괜찮은 기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반 대표는 창업가 출신이다. 인재관리 스타트업에 이어 여행 관련 앱(응용프로그램) 포켓가이드를 창업했다. 두 번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아워크라우드 출범 때부터 투자기업 발굴과 창업자 교육을 맡고 있다.

아워크라우드의 가장 큰 투자 원칙은 ‘창업자’다. 반 대표는 “경마로 치면 말보다 기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제품, 시장, 정책 모든 게 바뀌지만 단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것이 창업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자에게서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 사업을 끌고 갈 역량이 있는지, 더불어 그가 내놓은 사업 모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것인지를 판단한다.◆“빨리 제품 내놓고 반응 살펴라”

반 대표는 창업자들이 투자자를 만날 때 “비디오게임을 하듯 레벨별·단계별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말하지 말고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단 한 번 만남에서 결론이 나길 원하지만 첫 만남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우선 좋은 이미지와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해 투자자들이 먼저 궁금증을 갖고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해야 합니다.”모든 창업자들은 성공적인 엑시트를 꿈꾼다. 반 대표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해 시장을 놓친다는 지적이다.

그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빨리 출시해 시장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자에게 제품이 완벽하지 않은 것은 괜찮지만 고객과 수요가 없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매출이 적다 하더라도 매출이 있다는 것은 제품의 수요가 있고 사업 모델이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스타트업은 투자성이 입증되지 않은 대상인 만큼 시장에 빨리 진출해 신뢰와 투자의 근거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