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화마 속에서도 특공 정신으로 인명 구하죠"

육군 특공대 장교에서 소방구조대원으로 변신한 황서현 씨
“화마 속에서 인명을 구조할 땐 가끔 두려울 때도 있지만 동료들을 보면서 참고 견뎌내죠. 무엇보다 그 어떤 것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특공대 정신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사수하는 원주소방서 구조대원 황서현 씨는 육군 특공대 장교 출신이다. 타고난 군인이라고 자부했던 그는 9년간의 군 생활을 마감하고 2년 전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다. 사고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주저 없이 인명을 구조하는 황서현 구조대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강원도 원주소방서 구조대원으로 근무 하고 있다. 구조대는 화재현장을 비롯해 교통사고나 산악사고 등 기타 안전사고 발생 시 투입돼 인명을 구조하는 역할이다.”

▶제 2의 직업으로 소방구조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육군 특공대 장교 출신이라 구조 특채에 이점이 있었다. 소방서 구조대 특성상 군 특수부대 출신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그 이유다.”▶그럼 소방구조대원들은 모두 군 출신인가.

“그렇다. 현재 구조대에는 5명이 근무하는데 나머지 4명이 특전사 출신이다. 군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일반 부대 출신은 지원할 수 없다. 그만큼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전사 출신에 비해 특공대가 조금 밀리는 것 아닌가.“조금 밀린다.(웃음) 특전사와 훈련 강도를 비교할 순 없지 않나. 다들 특수부대 출신이라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무시당하기도 했다.”

▶직업 군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군인을 꿈꿔왔고, 군 생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촌 형이 특전사 출신이었는데, 휴가 때 군복과 베레모를 쓴 사촌 형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이 어린 눈에 참 멋있어보였던 것 같다. 대학 진학 후 3사관학교에 지원해 9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2016년 10월 육군 대위로 전역했다.”▶만족도가 높았는데 전역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사실 군인이라는 직업이 참 좋았다. 전국을 누비며 나라를 지키는 직업이 또 있겠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즐기면서 일했는데, 결혼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아내와 아이들이 생기면서 매년 이사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더라. 나보다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특공대에서는 주로 어떤 훈련들을 했나.

“침투훈련이나 포병화력유도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태백산맥 침투 훈련을 할 때였다. 고성에서 태백산맥 능선을 따라 침투하는 작전이었는데 설악산 울산바위를 남겨두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머리 위로 번개가 내려치더라. 우여곡절 끝에 산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어떻게 그 길을 내려왔나 싶었다. 내려와서도 동료 간부들과 얘길 했는데, 만약 혼자였다면 못 내려왔을 것 같았다.”

▶전역을 결정하고 난 뒤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별로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하고 싶은 직업이 소방구조대였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소방공무원에 몰입해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방구조특채는 연간 몇 번이나 채용하나.

“보통 연간 1회 채용하는데, 채용 시기나 인원은 시도별로 다르다. 정부에서 소방공무원 증원 정책이 있어 채용 인원이 늘어날 계획으로 알고 있다. 강원도 내 소방공무원 인력이 2000여명인데, 2000명을 더 채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군인(특공대) 출신이라는 점이 소방공무원에 어떤 도움이 되나.

“어떤 것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공대에서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길렀다면 구조대원도 우리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장교 출신이라 서류 작업도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소방공무원 준비는 어떻게 했나.

“갑자기 전역이 결정돼 본격적인 시험 준비시간은 두 달 남짓이었다. 하루에 4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준비했다.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지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해서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채용 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나.

“서류전형-필기시험-체력시험-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특채의 경우 일반 공채보다 시험 과목도 하나 적고, 조금 더 쉬운 편이다. 필기시험 과목은 국어, 생활영어, 소방학개론을 치르고, 체력시험은 왕복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전굴, 약력측정, 제자리멀리뛰기, 배근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들이 나왔나.

“강원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왜 강원도로 지원했는지’, ‘강원도 현안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토론면접도 했는데, 당시 토론면접 주제가 ‘군 미필자가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10명의 지원자가 한 주제를 놓고 집단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장교 출신이라 말 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지자체별로 채용을 하다 보니 경쟁률이 다 다르지만, 보통 공채는 5대 1, 구조특채는 4대 1정도로 알고 있다.”

▶소방구조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 사고현장에서 구조자가 있을 경우 아무리 무겁고 거리가 멀어도 둘러메고 구조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구조대원이 착용하는 장비 무게도 만만치 않다. 공기호흡기, 면채(호흡을 위해 머리에 쓰는 마스크), 방화복을 착용하면 15kg 정도다. 그리고 현장에 따라 도끼나 절단기도 소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 한다.”

▶소방구조대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나.

“매일 오전 1시간 장비조작훈련, 오후 2시간 팀 전술 훈련, 저녁 2시간 장비조작훈련을 실시한다. 한 달에 한 번 대규모 훈련도 하고 있다.”

▶구조대원으로서 보람된 적은 언제였나.

“2018년 여름, 치악산 비법정등산로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신고를 해 출동한 적이 있다. 안경을 잃어버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 등산로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 산을 타야만 했다. 그래서 나와 해군 특수부대(UDU) 출신 대원과 함께 산을 올라갔다. 3시간 수색 끝에 구조자를 찾았는데 저희를 보자마자 울먹거리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컥했다.”

▶소방공무원의 장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현장직 근무자들은 개인 시간이 많은 편이다. 주·야간 근무하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아내가 좋아하더라. 그래서 집안일도 많이 하고 있다. 운동 좋아하고 활동적인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다.”

▶반면 단점은.

“간혹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체력을 기르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팀워크가 좋아 술을 자주 먹는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해 회식자리가 조금 힘들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아까도 말했듯이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정부에서 증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조금만 준비해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