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40% 세금 안 내는데…고소득층 2년에 한번꼴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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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5
대한민국 세금 대해부40%.
(1) 균형 잃은 소득세
무너진 '조세 형평성'
고소득자 '稅부담 쏠림' 가중
한국이 소득세를 어떻게 걷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친 통합소득 기준)는 전체 소득세의 41.8%(2017년 기준)를 낸다. 2018년 근로·종합소득세 수입이 57조원인 만큼 약 24조원을 ‘1% 부자’가 낸 셈이다. 반면 월급쟁이 10명 중 4명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가 무색할 정도다.대부분 나라가 부자에게 소득세를 많이 거둬 저소득·빈곤층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쓰지만 한국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고소득층 쏠림 현상이 심하다. 캐나다는 소득 상위 1%의 소득세 점유율이 23.6% 수준이다. 영국(28.9%), 일본(35.0%)도 한국보다 낮다. ‘넓은 세원’을 추구하는 선진국의 면세자 비율은 캐나다 17.8%, 일본 15.5%, 호주 15.8% 등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영국은 1% 안팎에 불과하다.2년에 한 번꼴 ‘부자 증세’
세율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제 개편은 지난 10년간 네 차례 있었다. 타깃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고소득자였다. 이명박 정부(2012년), 박근혜 정부(2014, 2017년), 문재인 정부(2018년) 등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과표 구간의 맨 꼭대기만 공략했다. 2017년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44.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5%)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멈추지 않았다. 2018년 최고세율을 46.2%로 끌어올리며 OECD와의 차이를 더 벌렸다.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는 올해도 계속된다. 정부는 고소득자가 받는 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를 씌웠다. 소득공제 한도를 줄여 매년 이들로부터 1000억원씩 더 걷기로 했다. 2012년부터 2년에 한 번꼴로 ‘부자 증세’를 한 셈이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시도는 2013년 딱 한 번 있었다.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줄여 연간 3450만원 이상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 했다. 하지만 조세 저항이 커지자 5일 만에 ‘항복’했다. 그러면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소득 기준을 5500만원으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저소득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대폭 늘렸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2013년 77.9%이던 소득 상위 10%의 소득세 부담은 이듬해 80.2%로 늘었다.
면세자 줄이기엔 뒷짐 진 정부‘세금 불공평’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면세자 비율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안 낸 사람은 722만 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1858만 명)의 38.9%에 달한다.
대기업 임원 이모씨는 소득세 시스템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보유자산이 나보다 훨씬 많은데도 단지 근로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세금을 훨씬 적게 낸다”며 “정치권과 정부는 언제나 ‘조세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론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원 확대엔 뒷짐 진 채 소수의 고소득층만 쥐어짜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도 ‘고소득층 납세 쏠림’ 현상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2017년 6월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면세자 비율을 끌어내리는 내용의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나오자 바로 발을 뺐다. 작년 초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직장인 반발에 밀려 1주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그렇게 도입 목적(신용카드 사용 확대)이 한참 전에 달성된 ‘한시정책’은 또다시 생명을 이어갔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누구도 세금을 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조세제도는 형평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납세자가 순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 증세는 열심히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고소득자의 해외 이탈과 국부 유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