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式 운영 괜찮겠지?…그런 마인드론 해외 MBA와 경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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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글로벌 MBA 평가“학생 선발부터 교수 평가까지 모든 업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운영한 게 핵심 이유라고 봅니다.”
8년 연속 '세계 100大 MBA' 오른 성균관대 SKK GSB
9계단 뛰어올라 세계랭킹 42위
국내 대학 중에선 '부동의 1위'
이재하 성균관대 SKK GSB 원장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균관대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MBA(경영학석사) 과정 평가에서 유일하게 세계 100대 MBA에 꼽힌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여기는 한국 땅이니까 (세계 일류 대학과) 조금 달라도 괜찮겠지’라는 마인드로는 결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GSB는 지난해 FT의 평가에서 풀타임(주간) MBA 기준 세계 42위에 올랐다. 전년(51위)보다 9계단 상승해 처음으로 50위 안에 들었다. 성균관대 이외의 국내 대학은 10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설립부터 ‘글로벌화’가 최대 목표
이 원장은 FT 평가 결과를 두고 “설립 초기부터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과 가장 뛰어난 교수들을 끌어와 가장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 결과”라고 말했다. GSB는 개강 날짜부터 일반적인 ‘한국의 룰’을 거부한다. 2004년 설립된 GSB는 매년 8월과 1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미국 학제와 발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2004년 8월 15일에 개강하면서 사방에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지만,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필수 절차라 생각해 끝내 관철시켰다”고 했다.설립부터 글로벌 MBA를 지향한 GSB는 전체 학생의 55%가 외국인 학생이다. 국적도 11개로 다양하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22명의 교수 가운데 14명(64%)이 외국인이다. 이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마켓 수준의 연봉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GSB는 교수 업적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일반적인 한국 대학과 다르다. 이 원장은 “GSB는 논문 숫자를 중시하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논문의 질을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한다”며 “질적 평가도 흔히 말하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수준이 아니라 세계 ‘톱 저널’에 논문을 몇 편 실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성균관대 GSB에서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으려면 세계 톱 저널에 최소한 4~5편의 논문을 실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GSB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우수한 교수와 학생이 몰려왔다”고 했다.
“AI 스타트업에 투자 확대해야”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MBA 교육 콘텐츠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SB는 커리큘럼을 점검하는 자체 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매년 과목 내용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과목을 개설한다. 올 2학기엔 새로운 석사 학위 과정인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과정을 신설해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이 원장은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AI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자체적인 투자 여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AI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야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위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에 정부의 투자와 교육이 자칫 늦어지면 모든 것을 놓칠 우려가 있다”며 “투자할 스타트업을 잘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