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출근 이번주가 고비…노조, 내일 대토론회

임명후 열흘 됐지만 노조 갈등 계속…경영공백 우려도
노조 '정부·여당 사과, 재발방지' 요구 속 수습책 모색할 듯
이번주가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 간 갈등 수습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대치가 장기화하는 것은 양측에 부담이 크고, 윤 행장이 적극적으로 대화 의사를 밝힌 만큼 머지않은 시점에 양측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주 초 열리는 노조 대토론회가 분기점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오후 본점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연다.토론회에서 노조가 새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의 취지와 경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조합원들은 저지 투쟁 관련 의견을 공유한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이 1만여명에 이르다 보니 다 같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잘 없기 때문에 집행부의 입장도 설명하고 조합원의 생각도 듣겠다는 취지"라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미리 정해놓은 방향은 없지만, 이번 대토론회를 계기로 갈등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기업은행 노조는 경제 관료 출신인 그를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고 아침마다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고, 윤 행장은 본점이 아닌 외부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

윤 행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와 대화할 의사를 거듭 전하고 있다.

그는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언제든 만나겠다"며 직원들 편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다.또 '바른 경영'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강조했다.

노조 측은 아직 이에 응하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막무가내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지금 대화 상대는 윤 행장 개인이 아니라 현 상황을 자초한 정부와 집권 여당"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명시한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약속을 뒤집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 정부와 여당이 먼저 사과하고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 한날에 전 직원 인사를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해왔는데, 이번에는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석부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5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고,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대표 임기는 이미 지난달에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직원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전문성에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사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윤 행장의 안착과 조직 정상화를 바라는 의견도 있다.

윤 행장이 공언한 대로 공정한 조직 문화를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단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4월 총선까지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이 3년 뒤 같은 논란을 막고 장기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행장 인선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런 면에서는 윤 행장이 앞서 인터뷰에서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밝힌 만큼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환영받으며 들어가고 싶다'고 한 만큼 노조와 대화로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며 "이번 주를 지나면서 새 국면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