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아시아에 中작가 천위쥔이 던지는 질문

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찢어 붙인 신문지와 전통 종이, 먹과 아크릴이 세로 2m, 가로 5.5m 평면 위에 뒤섞였다. 어지러운 화면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질적인 재료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어떤 형상이 나타난다.

서울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9일 개막한 중국 작가 천위쥔 개인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에 전시된 '11㎡의 공간'이다.

작가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집'을 표현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이주, 이사 경험을 풀어냈다.

또 다른 작품 '결혼 연회'는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그러나 화면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형체가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만 복잡하게 겹쳐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콜라주와 회화를 비롯해 신문지 뒷면에 인물 스케치를 겹쳐 넣은 드로잉, 추상화한 인물 형태를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해 만든 대리석 조각까지 다채로운 신작 30여점이 소개된다.

대부분 보는 이에게는 다소 모호하고 친절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답을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진다. 근대화와 서구화 물결 속에 급속도로 변하는 중국 사회에 관심을 둔 천위쥔은 개인 경험을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사적인 공간인 집, 유년 시절 기억에서 시작되는 작업은 아시아와 현대인의 정체성, 전통과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천위쥔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전통의 어느 부분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어떤 전통이 가치가 있는지, 기준은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매일 크고 작은 사건을 겪고 여러 감정을 느낀다.

개인의 순간순간이 쌓여 시대의 큰 흐름이 되기도 하고,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있다.

천위쥔의 작업에 신문지가 자주 쓰이는 것도 비슷한 의미에서다.

작가는 "신문은 시간과 공간 두 가지 특성을 대표하는 매체"라며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기사로 나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잊히고 신문지 자체가 퇴색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1976년생 작가 천위쥔은 내년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상하이 롱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2월 2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