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보육원생 "하얀코끼리 봉사단 눈 빠지게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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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국제구호단체 20여명 푸짐한 선물들고 방문…바고에 쉐구지 제2학교 건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째주바(감사합니다)" "칫빠레(사랑해요)"
11일(이하 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75㎞ 떨어진 바고의 빤찬콩보육원은 이른 아침부터 어린이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숙소 건물과 화장실·욕실 등을 지어준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의 봉사단원 20여 명이 푸짐한 선물을 갖고 찾은 것이다.
봉사단원들이 맨 먼저 하얀코끼리 마크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꺼내 오자 어린이들이 앞다퉈 웃통을 벗고 줄을 섰다.
영문 글자가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예쁜 옷을 보자마자 마음이 들떠 모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새 옷을 나눠준다는 말을 듣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했다는 아이도 있고, 친구가 입은 옷의 빛깔이 더 마음에 드는지 바꿔 입자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보육원이 함께 운영하는 절의 동자승들은 승복만 입어야 하는 계율 때문에 티셔츠를 받은 친구들이 몹시 부러운 눈치였다. 한 교실에서는 문화교육이 진행됐다. 장애인복지시설 보리수마을(경기도 김포시)의 조선희 원장은 인사말을 비롯한 간단한 한국어 표현을 가르치며 아이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어린이들도 한국어를 곧잘 따라 하자 어색한 분위기가 금세 사라졌다.
봉사단원들은 현지인 통역 봉사요원과 함께 재료를 나눠준 뒤 종이 연등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주름을 펴서 공 모양을 만들고 풀을 발라 그림을 붙였다.
건전지까지 끼우자 푸른 빛을 내는 예쁜 연등이 완성됐다.
"라이데(예뻐요)"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지 저마다 연등을 치켜들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공작 실습에 이어 한국 노래와 율동 배우기 시간을 마련했다.
조 원장이 한국 동요 '산토끼'를 부른 뒤 따라 부르라고 하자 아이들이 서툰 한국어로 불렀다.
반응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고 여겼는지 함께 있던 유동춘 김포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이 카세트테이프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들려줬다.
아이들이 떼로 몰려나와 기마 동작을 흉내 냈다.
미얀마 소도시의 아이들에게까지 K팝은 '대세'였고 말춤은 세대를 초월한 '세계시민 댄스'였다.
6년째 미얀마 봉사에 참여했다는 조 원장은 "발달장애인과 생활한 경험이 많은 덕분에 말을 못 알아들어도 눈빛과 웃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서 "올 때마다 재미와 보람을 듬뿍 느끼고 돌아간다"고 흐뭇해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단기 출가한 동자승들도 동참한 가운데 위생교육이 펼쳐졌다.
경기도 시흥장애인복지관의 정혜선 장애인직업지원팀장이 영상을 틀어놓고 올바른 손 씻기와 양치질을 가르쳤다.
올해 처음 참여한 단원답지 않게 능숙하게 아이들을 지도했다.
이번 봉사에서 '조교'로 발탁된 박창혁(부산정보고 2년) 군은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김 팀장이 합류하기 이전 5년간 위생교육을 도맡았다는 천경희 시흥장애인복지관장은 "이전에는 아이들도 꽁야(씹는 담배)를 즐겨 이빨과 잇몸이 핏빛 흡착물로 엉망이었으나 꽁야를 하지 말라고 하고 양치질을 가르친 덕분에 깨끗해졌다"고 귀띔했다.
태권도 교육 순서도 '깜짝' 등장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응용한 K팝 영상을 보너스로 보여줄 계획이었는데, 박준혁 군이 3단의 선수급 실력자여서 품세 시범과 지도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 단원들은 시설 보수와 환경 개선 작업을 벌였다.
폐건축자재를 나르고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는가 하면 고장 난 선풍기를 교체해줬다.
전기톱과 전동드릴 등의 장비도 가져가 부서진 탁자와 책걸상을 고쳐주기도 했다.
6년째 이곳을 찾은 덕유사회복지관(경기도 부천시) 홍갑표 관장은 "초창기에는 우리가 페인트칠까지 해주니까 우리만 믿고 시설물을 지저분하게 썼다"면서 "이제는 스스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맨땅이던 마당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봉사단원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박용호 부천 송내사회체육관장은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도와주러 왔다기보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느낌이고 동료 봉사단원들에게서도 많이 배운다"고 뿌듯해했다.
어른들을 도와 짐을 나르던 박무결(부산정보고 2년) 군은 "이곳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내 집과 학교가 얼마나 좋은 시설인지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뒤 "한국에 돌아가면 모든 것을 고맙게 여기며 살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점심 식사에 이어 열린 기증식에서는 하얀코끼리가 쌀, 학용품, 장난감, 생활용품, 의류 등과 함께 성금을 전달했다.
오후에는 봉사단원들이 아이들에게 투호놀이, 제기차기, 실놀이, 공기놀이, 배드민턴 등을 가르쳐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이들은 제기차기와 실놀이를 처음 해보는 탓인지 모두 어려워했으나 공기놀이를 곧잘 해 봉사단원들을 놀라게 했다.
빤찬콩보육원장 난리아 스님은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하얀코끼리 봉사단이 기다려지는지 '언제 오느냐'고 하루가 멀다고 묻는다"면서 "영담 스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적인 봉사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빤찬콩보육원 봉사를 마친 뒤에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쉐구지학교를 찾았다.
지원 물품과 성금 기증식에 이어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쉐구지 제2학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곳 역시 쉐구지 제1학교와 마찬가지로 하얀코끼리 지원으로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쉐구지 제1학교는 이날 저녁 졸업식과 함께 봉사단 환영식을 열었다.
봉사단 방문에 맞춰 특별히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잡은 것이다.
졸업생 학부모는 물론 인근 주민이 몰려 나와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우수 졸업자 시상식에 이어 펼쳐진 환영식은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졌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독창, 중창, 미얀마 전통무용, K팝 댄스 등을 선보였다.
특히 5세 안팎의 남녀 아이들이 깜찍한 포즈로 각각 펼친 보디빌더와 모델 경연대회는 폭소와 탄성을 자아냈다. 앞서 10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양곤공항에 도착한 하얀코끼리 봉사단원들은 여장을 풀지 못한 채 곧바로 딴린의 수투판학교로 달려가 문화·위생교육과 환경 개선 봉사 등에 나섰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축구 경기도 펼쳤다.
이날 수투판학교에서는 부천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왕정찬 관장의 용접 솜씨가 화제를 모았다.
학생운동을 거쳐 30여 년 전 노동 현장에서 일하며 익힌 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봉사단원이 어려움에 빠질 때 해결사로 나서는 인물은 영담 스님이다.
용접뿐만 아니라 못 하는 일이 없다.
이날도 숙달된 미장 솜씨를 과시했다.
영담 스님은 "우리가 예전에 절집에 살 때는 자급자족하며 모든 걸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어깨 너머로 다 배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얀코끼리 봉사단은 12일 오전 쉐구지학교를 다시 방문해 교육과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오후에는 미얀마 북동부 혜호로 이동해 문화탐방에 나선 뒤 14일 오후 양곤으로 돌아와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11일(이하 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75㎞ 떨어진 바고의 빤찬콩보육원은 이른 아침부터 어린이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숙소 건물과 화장실·욕실 등을 지어준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의 봉사단원 20여 명이 푸짐한 선물을 갖고 찾은 것이다.
봉사단원들이 맨 먼저 하얀코끼리 마크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꺼내 오자 어린이들이 앞다퉈 웃통을 벗고 줄을 섰다.
영문 글자가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예쁜 옷을 보자마자 마음이 들떠 모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새 옷을 나눠준다는 말을 듣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했다는 아이도 있고, 친구가 입은 옷의 빛깔이 더 마음에 드는지 바꿔 입자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보육원이 함께 운영하는 절의 동자승들은 승복만 입어야 하는 계율 때문에 티셔츠를 받은 친구들이 몹시 부러운 눈치였다. 한 교실에서는 문화교육이 진행됐다. 장애인복지시설 보리수마을(경기도 김포시)의 조선희 원장은 인사말을 비롯한 간단한 한국어 표현을 가르치며 아이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어린이들도 한국어를 곧잘 따라 하자 어색한 분위기가 금세 사라졌다.
봉사단원들은 현지인 통역 봉사요원과 함께 재료를 나눠준 뒤 종이 연등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주름을 펴서 공 모양을 만들고 풀을 발라 그림을 붙였다.
건전지까지 끼우자 푸른 빛을 내는 예쁜 연등이 완성됐다.
"라이데(예뻐요)"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지 저마다 연등을 치켜들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공작 실습에 이어 한국 노래와 율동 배우기 시간을 마련했다.
조 원장이 한국 동요 '산토끼'를 부른 뒤 따라 부르라고 하자 아이들이 서툰 한국어로 불렀다.
반응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고 여겼는지 함께 있던 유동춘 김포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이 카세트테이프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들려줬다.
아이들이 떼로 몰려나와 기마 동작을 흉내 냈다.
미얀마 소도시의 아이들에게까지 K팝은 '대세'였고 말춤은 세대를 초월한 '세계시민 댄스'였다.
6년째 미얀마 봉사에 참여했다는 조 원장은 "발달장애인과 생활한 경험이 많은 덕분에 말을 못 알아들어도 눈빛과 웃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서 "올 때마다 재미와 보람을 듬뿍 느끼고 돌아간다"고 흐뭇해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단기 출가한 동자승들도 동참한 가운데 위생교육이 펼쳐졌다.
경기도 시흥장애인복지관의 정혜선 장애인직업지원팀장이 영상을 틀어놓고 올바른 손 씻기와 양치질을 가르쳤다.
올해 처음 참여한 단원답지 않게 능숙하게 아이들을 지도했다.
이번 봉사에서 '조교'로 발탁된 박창혁(부산정보고 2년) 군은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김 팀장이 합류하기 이전 5년간 위생교육을 도맡았다는 천경희 시흥장애인복지관장은 "이전에는 아이들도 꽁야(씹는 담배)를 즐겨 이빨과 잇몸이 핏빛 흡착물로 엉망이었으나 꽁야를 하지 말라고 하고 양치질을 가르친 덕분에 깨끗해졌다"고 귀띔했다.
태권도 교육 순서도 '깜짝' 등장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응용한 K팝 영상을 보너스로 보여줄 계획이었는데, 박준혁 군이 3단의 선수급 실력자여서 품세 시범과 지도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 단원들은 시설 보수와 환경 개선 작업을 벌였다.
폐건축자재를 나르고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는가 하면 고장 난 선풍기를 교체해줬다.
전기톱과 전동드릴 등의 장비도 가져가 부서진 탁자와 책걸상을 고쳐주기도 했다.
6년째 이곳을 찾은 덕유사회복지관(경기도 부천시) 홍갑표 관장은 "초창기에는 우리가 페인트칠까지 해주니까 우리만 믿고 시설물을 지저분하게 썼다"면서 "이제는 스스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맨땅이던 마당도 콘크리트로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봉사단원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박용호 부천 송내사회체육관장은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도와주러 왔다기보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느낌이고 동료 봉사단원들에게서도 많이 배운다"고 뿌듯해했다.
어른들을 도와 짐을 나르던 박무결(부산정보고 2년) 군은 "이곳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내 집과 학교가 얼마나 좋은 시설인지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뒤 "한국에 돌아가면 모든 것을 고맙게 여기며 살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점심 식사에 이어 열린 기증식에서는 하얀코끼리가 쌀, 학용품, 장난감, 생활용품, 의류 등과 함께 성금을 전달했다.
오후에는 봉사단원들이 아이들에게 투호놀이, 제기차기, 실놀이, 공기놀이, 배드민턴 등을 가르쳐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이들은 제기차기와 실놀이를 처음 해보는 탓인지 모두 어려워했으나 공기놀이를 곧잘 해 봉사단원들을 놀라게 했다.
빤찬콩보육원장 난리아 스님은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하얀코끼리 봉사단이 기다려지는지 '언제 오느냐'고 하루가 멀다고 묻는다"면서 "영담 스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적인 봉사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빤찬콩보육원 봉사를 마친 뒤에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쉐구지학교를 찾았다.
지원 물품과 성금 기증식에 이어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쉐구지 제2학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곳 역시 쉐구지 제1학교와 마찬가지로 하얀코끼리 지원으로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쉐구지 제1학교는 이날 저녁 졸업식과 함께 봉사단 환영식을 열었다.
봉사단 방문에 맞춰 특별히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잡은 것이다.
졸업생 학부모는 물론 인근 주민이 몰려 나와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우수 졸업자 시상식에 이어 펼쳐진 환영식은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졌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독창, 중창, 미얀마 전통무용, K팝 댄스 등을 선보였다.
특히 5세 안팎의 남녀 아이들이 깜찍한 포즈로 각각 펼친 보디빌더와 모델 경연대회는 폭소와 탄성을 자아냈다. 앞서 10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양곤공항에 도착한 하얀코끼리 봉사단원들은 여장을 풀지 못한 채 곧바로 딴린의 수투판학교로 달려가 문화·위생교육과 환경 개선 봉사 등에 나섰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축구 경기도 펼쳤다.
이날 수투판학교에서는 부천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왕정찬 관장의 용접 솜씨가 화제를 모았다.
학생운동을 거쳐 30여 년 전 노동 현장에서 일하며 익힌 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봉사단원이 어려움에 빠질 때 해결사로 나서는 인물은 영담 스님이다.
용접뿐만 아니라 못 하는 일이 없다.
이날도 숙달된 미장 솜씨를 과시했다.
영담 스님은 "우리가 예전에 절집에 살 때는 자급자족하며 모든 걸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어깨 너머로 다 배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얀코끼리 봉사단은 12일 오전 쉐구지학교를 다시 방문해 교육과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오후에는 미얀마 북동부 혜호로 이동해 문화탐방에 나선 뒤 14일 오후 양곤으로 돌아와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