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그녀, 클래식을 입다…우아함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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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향기2019년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두각을 나타낸 해였다. 오프화이트를 비롯해 슈프림, 휠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했다. 지난해 3분기엔 버질 아블로 디자이너의 오프화이트가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구찌, 프라다, 버버리, 생로랑 등을 모두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영국 리스트 조사)로 뽑히기도 했다.국내에서도 커버낫, 키르시, 디스이즈네버댓, 아크메드라비, 로맨틱크라운 등 캐주얼한 디자인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몇백억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션업계가 최근 3~4년간 지나치게 스트리트 패션에 치중했다는 것. 너도나도 ‘스트리트 패션’을 표방하다 보니 브랜드 간 차별성도 옅어지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올해에는 좀 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거나 아주 클래식한 스타일로 돌아간 옷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차별화와 독창성이다.
우아하고 실용적인 옷이 유행
국내 여성복 1위 기업 한섬은 올해 여성복 트렌드를 ‘우아하거나 클래식한 실용적인 옷’으로 예상했다.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 한끗 다른 고전미를 강조한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한섬이 예측한 올해 여성복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에픽(EPIC)’이다. 에픽은 ‘찬탄을 자아내는 대단한 일’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데,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에 각각 의미를 부여해 트렌드를 분석했다.
첫 번째 트렌드론 우아함(Elegance)을 꼽았다. 올해 여성복은 여성스러움과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스타일의 의류를 대거 내놓을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중성적 디자인이 크게 사랑받았지만 이젠 차별화된 여성미를 강조한 옷이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한섬 관계자는 “비슷한 스타일의 캐주얼과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상당 기간 유행하면서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며 “타임, 마인, 랑방 컬렉션의 2019년 가을·겨울 신상품 중 여성스러운 치마, 블라우스, 니트 판매량이 캐주얼한 데님, 패딩 판매량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한섬은 올해 여성의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옷, 예를 들어 간결한 디자인의 재킷과 원피스, 블라우스 등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실용성(Practicality)이다. 최근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운동복 스타일의 옷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운동할 때는 물론 평소에 입기에도 좋은 애슬레저룩은 실용적이기 때문에 불황기와 맞물려 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섬의 여성복 시스템, 래트바이티, 더캐시미어 등도 가볍고 실용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한 신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개성·고전미 강조해야올해 여성복의 세 번째 트렌드는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엇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이미 많이 나온 데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스타일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올해엔 콘셉트가 명확하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브랜드가 주목을 끌 전망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남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들에겐 차별화된 제품이 통한다는 얘기다. 지원진 한섬 랑방 컬렉션 상품기획실장은 “고유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부각한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명품 브랜드일수록 차별화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 실장은 “예전엔 중저가의 옷을 여러 벌 구입해 입던 게 20~30대의 소비 특징이었지만 지금의 20~30대는 한 벌을 사더라도 품질 좋고 개성 강한 옷을 사려는 특성을 보인다”며 “특히 고가의 명품 브랜드일수록 정체성이 명확한 브랜드로 소비가 쏠린다”고 분석했다.트렌치코트, 트위드재킷처럼 예전에 유행했던 클래식(Classic) 스타일도 올해 트렌드로 꼽을 수 있다. 어깨 각을 잘 살린 슈트, 세련된 트렌치코트, 우아함을 강조한 트위드재킷 등은 모두 복고 패션의 회귀로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색의 실을 섞어 직조한 도톰한 모직을 뜻하는 트위드 소재는 샤넬이 재킷에 자주 써 유명해졌다. 다양한 색의 옷, 가방, 핸드백 등과 매치하기 좋고 소재 자체가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여성미를 강조할 수 있다. 한섬도 마인 브랜드를 통해 1970년대 유행했던 레이스 달린 스커트, 주름스커트 등을 올해 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