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수사 지휘부 내일 교체…청와대 영장은 재집행할 듯

이르면 이번주 검찰 중간간부 후속 인사…주요 사건 수사 차질 빚나
법무부가 지난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대검 참모진을 '물갈이'한 상황에서 청와대 압수수색마저 거부당하면서 이 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수사지휘라인은 13일부터 바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검사장 이상급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제주지검장으로 발령을 냈다.

이 수사를 맡은 일선 검찰청의 수장인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했지만 비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간다.이들은 지난해 7월 검사장 인사 후 6개월 만에 새로운 보직을 맡았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채운다.

13일부터는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수사팀의 보고를 받는다.이성윤 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 구성'을 대검에 제안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가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혀 윤 총장과의 호흡이 매끄럽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강제수사나 신병처리 등 중요 수사 현안을 놓고 기존 수사팀이나 윤 총장과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이런 가운데, 배성범 중앙지검장이 지난 10일 이임식이 열리기 전에 자유한국당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민갑룡 경찰청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반부패수사3부(허정 부장검사)에 미리 배당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사건은 경찰이 검사들에 관한 세평을 수집해 보고하는 것이 위법인지를 따져 청와대 검찰 인사 담당자와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는 취지로 고발된 사건이다.

후임 지검장에게 맡겨될 사건 배당을 미리 챙긴 것도 주목되지만,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부에 사건을 맡겼다는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임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기본적으로 업무 파악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까지 고려하면 검찰이 당분간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도 수사에 변수가 된다.

이 인사에서 또 한 번 '물갈이' 수준의 교체 인사가 단행되면 수사 속도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현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자는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파문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전격적으로 착수한 청와대 압수수색은 일단 무위에 그쳤다.

검찰은 검사장 인사 단행일 다음 날인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10일에는 청와대 여민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등 공약과 관련해 생산한 자료 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당일 압수수색은 불발했다.

검찰은 13일 다시 영장 집행을 시도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집행을 잠시 중단했지만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불승인사유서를 내지 않는 한 영장의 효력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조사했지만 아직 주요 핵심 피의자 조사는 하지 못했다.

수사 전체 흐름을 보면 중간 단계 정도를 지난 셈이다.

향후 조사 대상자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상황에 따라서는 조국 전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