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미군 수뇌부 "초토화작전 최고 수준 사고" 극찬

재단, 미국 자료 입수 "미정부도 제주 작전 알고 있었다"
미군정 수뇌, 5·10 단독선거 반대자 '범죄자' 표현

제주 4·3 당시인 1948∼1949년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잔혹하게 진행된 초토화 작전에 대해 주한미군사 고문단장이 '최고 수준 사고'라고 극찬한 자료가 나왔다. 1948년 11월 계엄령 선포 후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지역에 있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간주해 진행된 초토화 작전으로 산간 마을이 불에 탔고 산간 마을 주민은 학살되거나 해안마을로 강제로 이주시켰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초토화 작전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은 주한미군사 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이 1948년 1월 28일 "공산주의자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제주에 1개 대대를 추가 파병하겠다"는 채병덕 참모총장의 서한에 대해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한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를 입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싹쓸이'(cleaning-up)는 초토화 작전을 의미한다.

또 극동군사령부 정보 요약 보고서에는 미군정은 민보단(우익세력)이 주민 76명을 창으로 찔러 살해한 것에 대해 '주의'(brought to the attention) 정도로 무마했다.

재단은 미군정의 최고책임자인 하지(Hodge) 중장이 5·10 선거를 반대한 사람들을 범죄자라고 표현한 자료도 입수했다. 하지 중장은 1945∼1948년 주한 미군 사령관 겸 미군정청 군정 사령관으로 활동했다.

재단이 입수한 연합군최고사령부(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 SCAP) 자료에 따르면 하지 중장은 1948년 3월 3일 UN임시위원단과 덕수궁에서 가진 회의에서 "선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파괴하는 자들을 어떻게 정치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동기는 정치적일지 모르나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 중장의 이 발언은 UN 임시위원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으니 그들을(5·10 선거 반대자) 정치범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한 반론 과정에서 나왔다.

이 밖에도 재단은 최근 공소기각 등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을 받은 당시 수형자들에 대해 '공산주의자'(Communists)라고 누명을 씌우고 불법적인 재판과 가혹행위를 가해도 용인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조사팀이 자료 조사를 했다. 재단은 이번 조사로 발견한 자료 3만8천500여 매를 모두 디지털 자료로 구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