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객기 격추에 반정부 시위…트럼프 "시위자 죽이지 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참모진을 대동한 가운데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이란 지도자들을 향해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는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에 공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고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라! 당신들의 위대한 이란 국민을 살해하는 것을 멈추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에도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대를 공개 지지하며 이란 정권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 나는 나의 임기가 시작된 이래 당신들과 함께 서 있어왔으며 나의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고 트윗을 올렸다.

이란 정부를 겨냥해선 "인권단체들이 이란 국민의 시위에 대해 현장에서 감시하고 보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평화로운 시위자들에 대한 또 하나의 대학살이나 인터넷 폐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내용을 이란어로도 트윗에 올렸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대학생 수백명이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정부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현지시간 12일까지 이틀째 벌어졌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발표한 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지난 8일 혁명수비대가 테헤란 서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시인하자, 11일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군부와 정부를 비판했다. 첫날 시위는 테헤란뿐만 아니라 시라즈, 이스파한, 하메단, 우루미예에서도 열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그들(정부)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친다.

이란은 여객기 격추에 앞서 8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기지 공격이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의 공격 후 강력한 대이란 경제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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