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력사회 타파" 말만 말고, 고졸 취업 막는 장벽부터 걷어내야

특성화고 호텔 관련과 학생들이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경 보도(1월 13일자 A27면)는 현실과 따로 노는 ‘직업계고 육성정책’의 실상을 보여준다. 호텔이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유해업소인 숙박업소로 분류돼 있어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과 연계되는 현장실습을 받지 못해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직업계고는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진출하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취업이 시급한 학생들이 주로 진학한다. 학교 설립 취지도 현장 인력 양성에 맞춰져 있다. 이전 정부들은 30여 년 전 만들어진 관련 시행령의 문제점을 인식해 호텔 현장 실습과 취업을 묵인해 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청소년 보호와 안전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취업이 사실상 봉쇄됐다고 한다.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한다는 정책이 학생들의 진로를 막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가 2017년 제주도 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장 실습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바람에 ‘실습을 거쳐 정식 채용’이란 학생들의 주된 취업 경로가 막혀 버렸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당수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을 꺼려 현장 실습생들을 받지 않아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뒤늦게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학력사회 타파’를 강조하는 정부는 지난해 ‘고졸 취업 지원 확대’를 새로운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직업계고 학생 취업률을 올해까지 60%대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를 깨려면 정부가 의도하는 것처럼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기술만 있으면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차별을 받지 않는 능력중시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소년 안전과 보호에만 집착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졸 취업을 막는 각종 장벽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