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아파트 상가, 입주 3년 지나도 '공실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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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배후수요에도 고전대단지 아파트에 대규모로 설치된 단지 내 상가들이 풍부한 배후수요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입주 후 3~4년이 지났는데도 3분의 1 이상이 공실인 사례가 흔하다. 임대료도 입주 초기에 비해 최대 40% 이상 하락했다. 지나치게 많은 상가를 배치한 게 근본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의 여파로 장사하기 어려워진 것도 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경희궁자이 25%가 '빈 상가'
헬리오시티도 절반만 입주
임대료 최대 40% 이상 떨어져
공급과잉에 주52시간 등 영향
대규모 단지 내 상가도 ‘고전’9510가구 규모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에선 617개 점포 중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상가는 아홉 곳으로 나뉘어 배치됐다. 그중 528개가 들어선 정문 메인상가(2개 동)는 230여 개 점포가 공실이다. 정문에서 멀리 배치된 분산점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총 89개 상가 중 53개가 비어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초기에 대단지 배후수요만 믿고 들어온 상인들이 장사가 잘 안되자 당황하고 있다”며 “지금 흐름대로라면 상가 공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랜드마크 아파트 ‘경희궁자이’의 단지 내 상가 ‘팰리스에비뉴’는 2017년에 입주했음에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0여 개 점포가 서대문역(5호선)과 독립문 사이 통일로 대로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서대문역에서 독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빈 점포가 많다. 서대문역 쪽에서 가장 가까운 2단지 내 상가마저도 총 57실 중 12곳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상가에서 영업 중인 J공인 관계자는 “1층 전용면적 33㎡ 월 임대료가 입주 때 40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250만원으로 떨어졌다”며 “그런데도 공실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반찬가게, 미용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붐비는 곳은 드물다. 점심식사가 한창인 시간에도 음식점에는 손님 한두 명만 자리를 채우고 있는 날이 수두룩하다. 대로변 유동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서대문역이나 인근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주민들도 단지 안에서 소비하기보다 밖으로 나간다”며 “인건비 때문에 오히려 장사를 접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기 김포 ‘풍무센트럴푸르지오’(2467가구) 단지 내 상가는 입주를 시작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절반 정도 비어 있다. 상가 1동에선 25개 점포 중 10여 개가 공실이다. 2동에선 41개 점포 중 20여 개가 비어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 건너편에 있는 일반 상가보다 오히려 더 장사가 안된다”고 전했다.
과잉공급이 공실 증가 원인공급 과잉이 단지 내 상가 공실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상가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대규모 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아파트단지 거주자뿐 아니라 주변 유동인구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역 앞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선다. 건축법상 상업지역이 아닌 곳에는 유흥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게다가 대단지 주변엔 학교가 있어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더 제한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반드시 유흥시설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못한 단지 내 상가는 태생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조합이 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를 지나치게 많이 배치하는 것도 공실 사태의 한 원인이다. 상가 조합원들이 상가를 많이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관행도 있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상가 소유주들은 상가가 클수록 장사가 잘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보통 시공사와 조합이 판단하는 적정 공급량 이상 공급되길 원한다”며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 악화도 단지 내 상가가 고전하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2013년 579만7000명에서 작년 566만2000명으로 줄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영업환경이 나빠진 결과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단지 내 상가도 전반적인 상권 침체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