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추미애 법무장관, 靑 겨냥 檢수사진 한꺼번에 바꾸나

수사동력 무력화시키나

檢 내부, 秋장관 인사 비판
"특정 담당자 찍어내기式
'정치검사 시즌2' 양산 우려"
법무부가 다음주 초로 예정됐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다음달 3일 평검사 인사와 한꺼번에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의 지휘부를 대거 ‘한직’으로 보낸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야당이 ‘대학살’이라고 반발하며 정국이 경색된 데다 설 이전에 후속 인사까지 할 경우 총선 전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원샷 인사’가 청와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수사해온 수사팀 실무진을 한꺼번에 ‘손 보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 정권 수사 싹 자르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부장검사 이상 중간간부급 인사를 애초 다음주에서 2월 3일로 2주가량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3일은 평검사 인사가 예정된 시기다. 그동안 검찰 검사장급 이상과 중간간부급 이상 인사는 7~8월, 평검사 인사는 2월에 발표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굳어진 인사 관행이다.

법조계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도 간부급 인사와 평검사 인사를 한꺼번에 한 사례가 몇 번 있다”며 “법무부가 검찰 조직의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원샷 인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법조계에선 이번 원샷 인사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조 전 장관 등 문 대통령 측근 수사의 실무진을 모조리 교체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보통 일선 검찰청 수사부서의 책임자급인 부장검사는 평검사의 인사평가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장검사와 평검사 인사를 한꺼번에 하면 법무부와 청와대의 의중이 인사에 100% 반영될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사장급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제거한 정부가 정권을 수사해온 수사책임자(부장검사)들의 손발도 묶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수사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청와대가 설 연휴 이전에 또 인사로 충격을 주면 민심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원샷 인사를 추진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추미애 인사’ 불만 커져검찰 내부에서는 인사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는 추 장관의 검사장 인사에 대해 처음으로 실명 비판 글이 올라왔다. 정희도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특정 사건 관련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는 등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 불공정한 인사를 한다면 검찰을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추 장관의 검사장급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 보호도 이뤄져야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 송병기 울산부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그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