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재고 빠지자 주가 날았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섰다.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조정 조짐이 나타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세운 52주 신고가(5만9700원)를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갱신했다. 이날 오전에도 6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수정주가 기준으로 1975년 6월11일 상장 후 약 45년 만의 최고 기록. 주가 6만원은 액면분할 전으로 환산하면 3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50대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10만원을 넘어섰다. 이날 오전 9시10분 기준 전날보다 2.49% 오른 10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연합군'인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 랠리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D램 가격 급등이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은 올 1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옥죄었던 낸드플래시 재고가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낸 게 컸다.

글로벌 메모리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처음으로 동반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SK하이닉스는 이후 낸드 감산을 결정해 재고 관리에 돌입했다.세계 메모리 3위 업체 미 마이크론도 지난해 낸드 사업 적자에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계획 대비 1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는 순차적으로 줄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 자산은 2분기(14조5231억원)보다 1조9032억원(13.1%) 줄어든 12조6199억원으로 파악됐다. 4분기에는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같은 기간 재고 자산이 5조5887억원에서 5조4736억원으로 1151억원(2.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와 D램 재고가 모두 예년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올 1분기다.

특히 최근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공급량 1%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키옥시아 6번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오염된 클린룸 복구에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낸드 재고가 크게 낮아진 시점이라 키옥시아 화재는 메모리 시황 회복을 가속화될 수 있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D램 가격 역시 안정세에 들어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DDR4 8Gb(기가비트) 고정거래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9년 10월 2.81달러로 65% 급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의 재고 관리와 글로벌 고객사들의 투자 재개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보고서는 서버 D램과 그래픽 D램 등 특정 제품 가격은 올해 1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 비교적 이른 시점에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지난달 발표한 올해 반도체 전망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 성장률을 각각 19%, 12%로 제시했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 생산량이 2024년까지 연평균 5.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가격은 올 2분기부터 상승폭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올 하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