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요'…광주 광산구 조식 아파트 폐지

건강하고 싼 도시락·뷔페 제공했으나 이용객 정체·수익성 부족 한계
광주 광산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시도한 아파트 조식(朝食) 서비스가 아침을 거르는 생활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14일 광산구에 따르면 외식업체 2곳이 잇달아 위탁 운영을 맡은 아파트 조식 서비스가 폐지됐다.

조식 서비스는 아파트당 하루 평균 40여명의 고정 이용객으로 2018년 11월 8곳에서 시작했다.

업체는 지역 농산물과 천연 조미료로 만든 뷔페식을 1인당 5천원에,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등 간편식 도시락을 2천500원씩에 제공했다.이용객이 좀체 늘지 않으면서 손실이 커졌고 시행 4달 만에 업체가 운영 포기 의사를 광산구에 전했다.

광산구는 새로운 업체를 공모해 조식 서비스를 이어갔다.

후속 업체는 뷔페식 기준으로 음식 가짓수를 늘리고 가격은 3천원으로 내려 이용객 확대에 나섰으나 꾸준히 아침을 먹는 주민 숫자는 요지부동이었다.5천원일 때 100명, 3천원일 때 150명 규모의 고정 이용객이 있어야 조식 서비스가 안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업체마저 지난해 11월 15일 수익성 낮은 조식 서비스 운영을 포기하면서 광산구는 사업 지속 방안을 검토했다.

조식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업체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광산구는 결국 사업을 폐기하기로 했다.시행착오로 중단되기는 했으나 광산구 아파트 조식 서비스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직장인과 학생의 건강을 챙기고, 민관협력 사회적 서비스 상생 모델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입 당시 마을기업을 운영 업체로 선정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추진했다.

조식 서비스를 선보인 아파트마다 주민 1명씩이 일자리를 구했는데 식사 준비와 정리, 배달 등을 맡았다.

광산구는 사업비 2천만원을 들여 식탁과 의자 등 집기를 구매해 주민 공동시설을 식당으로 꾸몄는데 사업 폐지에도 이를 고스란히 남겨두기로 했다.

밥상공동체 등 후속 사업을 원하는 아파트가 있으면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다.광산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일보다 저변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려웠다"며 "아침을 챙겨 먹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풍토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