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6년간 29조 투자…전기차·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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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2025년 전기차 11종 풀라인업 구축기아자동차가 전기차(EV) 사업체제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구축을 위해 6년간 29조원을 투자한다.
▽ 2026년 전기차 50만대·친환경차 100만대 판매
▽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PBV 사업 확대
▽ 박한우 사장 “과감하고 선제적인 미래 사업 전환”
기아차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 S'와 '2025년 재무 및 투자 전략'을 공개했다.기아차는 미래 사업 체제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총 29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플랜 S는 내연기관 자동차 위주의 기아차 사업 체제를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아차는 우선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로 했다. 2021년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을 출시하고 2022년부터 모든 차급에 신규 전기차 모델을 투입, 2025년 총 11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에서 전기차 회사로 전환
기아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다.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디자인, 미래지향적 사용자 경험, 500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을 목표로 제시했다.전기차 라인업은 충전시스템 이원화(400V/800V) 등 고객 요구에 맞춰 상품성을 차별화한 고성능 ‘전용 전기차’와 보급형 ‘파생 전기차’를 동시에 운영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할 계획이다. 특히 다양한 차종을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전기차 아키텍처(차량 기본 골격)’ 개발 체계를 도입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시장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환경 규제, 보조금 규모, 인프라 등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국내를 비롯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판매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등 전기차 주력 시장으로 육성한다. 신흥시장은 전기차 보급 속도를 감안해 선별적인 전기차 투입을 검토하고,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둔다.
전기차 판매 방식의 혁신도 모색한다. 고객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맞춤형 구독 모델,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렌탈·리스 프로그램과 중고 배터리 관련 사업 등도 검토한다. 기아차가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기 위한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자율주행 PBV로 모빌리티 생태계 혁신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 영역 다각화에도 나선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량 공유 확대 등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 신규 기업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기아차는 글로벌 대도시에서 전기차 충전소, 차량 정비 센터, 각종 편의시설 등이 갖춰진 ‘모빌리티 허브(Hub)’를 구축한다. 모빌리티 허브는 환경 규제로 도시 진입이 불가한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환승 거점으로 활용된다. 향후 충전소, 편의시설 등 모빌리티 허브 내 인프라를 이용한 소규모 물류 서비스, 차량 정비 등 신규 사업 모델도 발굴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 허브를 통해 확보된 도시 거점 내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수요응답형 로보셔틀 등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기아차는 2018년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그랩’에, 지난해 3월에는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올라’에 투자하는 등 국내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지 최대 에너지 기업인 ‘렙솔’과 합작법인을 설립, ‘위블’ 브랜드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비스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차량 대여, 반납이 가능한 프리 플로팅 방식으로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500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2018년 9월 론칭해 현재 누적 회원수 13만여명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기아차는 합작법인을 통해 2022년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한 후, 2023년 일부 지역 운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2024년 하반기에는 본격 양산을 추진,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기업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PBV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운송, 물류, 유통 등 기업 고객은 글로벌 산업 수요의 5%에 그치지만 2030년에는 약 2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고객 확보를 위해 니로EV, 쏘울EV 등 기존 차량에 별도 트림을 운영하는 과도기를 거쳐 차량 공유 서비스 전용차, 상하차가 용이한 저상 물류차, 냉장·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신선식품 배송차 등 타깃 고객 전용 PBV를 개발, 공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면 초소형 무인 배송차, 로보택시 등 통합 모듈 방식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 등이 적용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맞춤형 PBV로 사업 모델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미래 모빌리티 선점에 29조원 투자
기아차는 미래 사업 체제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총 29조원을 투자한다. 동시에 영업이익률 6%, 자기자본이익률 (ROE) 10.6%도 달성할 방침이다. 기존 내연기관 사업 수익성을 개선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전기차 및 모빌리티 솔루션 등 미래 사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기아차는 향후 2~3년 내 쏘렌토, 스포티지 등 볼륨 SUV 중심으로 신차 출시가 계속되는 만큼 현재 50% 수준인 SUV 판매 비중을 2022년 60%까지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 인도시장도 신규 RV 라인업을 추가하고 공장 가동률을 확대해 공략을 가속한다. 2022년 3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시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혁신이 생산, 판매 향상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라인업 효율화, 지역별 전략차 운영, 딜러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위주의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아태, 아중동,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중심의 CKD(반제품 조립) 사업도 현재 8만대 수준에서 2023년 30만대 체제로 확대한다. 신흥시장 내연기관 차량 판매 물량도 현재 77만대에서 2025년 105만대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기아차는 ▲설계 최적화·표준화 혁신을 통한 재료비 절감 ▲내연기관과 부품 공용화 증대 ▲전기차 아키텍처 개발체계 도입 등 원가절감을 통해 2025년 전기차 수익성을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중장기적 주주 환원 정책 강화에도 나선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25~30% 수준의 배당 성향 기조를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개선된 현금 흐름을 토대로 자사주 매입, 배당 성향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중요한 시기"라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미래 사업 전환 계획 플랜 S를 통해 혁신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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