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펠로시 히잡' 리트윗 논란…"무슬림에 대한 차별"

백악관 대변인 "민주당이 이란의 주장 따라한다는 점 명확히 해"
WP "이슬람 복장과 테러리즘 동일시…백악관이 논란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히잡을 착용한 합성사진을 리트윗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슬람 성직자가 쓰는 터번과 여성이 쓰는 히잡을 각각 머리에 두르고 있고, '아야톨라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이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는 트윗을 리트윗했다.
이에 대해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란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특히 미국인을 살해하려는 테러리스트의 입장을 따라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한 글이 이란기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지적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는 주장을 상징하기 위해 이슬람의 고유 복장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WP는 백악관의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테러리스트 편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했다는 백악관의 공식 메시지는 무슬림 복장을 한 게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셤 대변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을 두고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데 대한 답변이다.

그리셤 대변인은 '수백만 무슬림계 미국인이 입는 이슬람 복장이나 종교적 신념에 대해 흠을 잡느냐'는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테러리스트에 동조하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리셤 대변인의 설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복장과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언급한 대목이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두 가지를 동일시하려고 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는 펠로시 의장의 언론 인터뷰에 대한 공화당의 대대적인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 12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질문에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사태가 악화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이란 정부 편에 섰다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WP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에 대한 편협한 인식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된 것처럼 이번에도 자성 목소리가 나올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5년 당시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제안에 대해 "매우, 매우, 매우 대다수의 무슬림은 평화롭고, 또 급진적 테러리스트에 맞서 우리와 동맹 관계"라고 연설해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