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 대표가 다가와 사업 제안"…삼성 C랩 스타트업들 CES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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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C랩 출신 대표들라스베이거스 좌담회“미국 메이저리그 팀인 뉴욕양키스 코치가 부스에 찾아와 20여 분간 우리 회사 소프트웨어(SW)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를 ‘퓨처 파트너’라고 부르며 서비스 제공에 대해 더 얘기하자고 하더군요.”(홍석재 피트 대표)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 참가한 ‘C랩’ 출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C랩은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이들은 지난 9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사가 연 좌담회에 참여해 스타트업 경영자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정부 규제 등 사업 확장을 힘들게 하는 현실적인 장애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CES는 글로벌 ‘만남의 광장’ 같아”
글로벌 기업들 잇단 협업 제안
뉴욕양키스 코치가 찾아와
맞춤형 운동검사 SW 보더니
"퓨처 파트너" 부르며 협력 논의
피트는 운동검사를 누구나 언제든 쉽게 받을 수 있는 SW를 개발하는 업체다. 운동검사 후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홍 대표는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왔는데 객관적으로 체력이나 질병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만한 지표가 없다는 게 프로 스포츠 구단의 고민이었다”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장을 발견한 게 CES에서 얻은 소득”이라고 말했다.모픽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이 업체는 3차원(3D) 안경 없이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신창봉 모픽 대표는 “CES 현장은 만났던, 만나고 싶었던 파트너들을 다 볼 수 있는 ‘만남의 광장’ 같다”며 “이번에 음향기기 전문기업 뱅앤올룹슨 대표와 만나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CES 로봇관은 중국 기업들의 잔치였다. 서큘러스는 중국 업체 사이에서 사람과 교감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소셜 로봇 ‘파이보’로 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는 “아마존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입점 논의를 했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파이보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지대병원 관계자가 부스를 방문해 외로운 환자들을 도울 소셜 로봇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건식 생체신호 측정 센서 기술을 보유해 아동용 난청 예방 헤드폰을 선보인 링크페이스의 임경수 대표에겐 미국과 중국 오디오 업체들이 찾아왔다. 링크페이스는 이 헤드폰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중국 정부는 스타트업 위해 공동구매 주선”
스타트업 대표들은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장애물이 많아서다. 신 대표는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영상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데, 국내 제조업체를 찾지 못해 중국에 가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생산하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 나올 때도 많다”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나오면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설령 운 좋게 국내 제조업체를 찾았다 하더라도 높은 제작 단가는 또 다른 벽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스타트업들의 주장이다. 임 대표는 “중국 업체는 블루투스 칩 등 범용 제품을 한국보다 훨씬 싸게 구매해 제작 단가를 낮춘다”며 “정부가 나서 공동구매를 주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도 도마에 올랐다. 링크페이스는 유아용 난청 예방 헤드폰을 의료기기로 등록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등록을 포기했다. 원격의료가 불가능한 한국에서 규제 허들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피트는 태릉선수촌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독일 올림픽 트레이닝센터의 공식 파트너사로 2017년 지정됐다. 혈당 검사를 통해 회복력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솔루션이 한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빛을 본 것은 규제 때문이다. 국내에선 피트니스센터에서 혈당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해외 시장 환경에 대한 부러움을 내비친 곳도 있었다. 서큘러스는 중국에 대해 “로봇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중국은 일반 가정에서도 로봇을 즐겨 쓴다”며 “투자도 있고 구매 수요도 있어 선순환이 되는 데다 시장까지 크다”고 했다. 이어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반도체처럼 초격차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김남영/고재연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