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살아있는 로봇' 개발…개구리 줄기세포 활용

환경·의료 분야에서 요긴히 쓰일 듯…윤리논란 우려도

개구리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살아있는 로봇'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국 터프츠대학과 버몬트대학 연구진이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줄기세포를 조립해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극소형 생체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배아에서 초기 단계의 피부와 심장 세포를 긁어내 1㎜가 채 안되는 크기의 살아있는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에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학명 '제노푸스 라에비스'(Xenopus laevis)를 따 '제노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령, 이들이 만든 로봇 중 하나는 뭉툭한 2개의 다리를 이용해 몸통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형태를 갖췄다.

터프츠대의 앨런디스커버리센터의 마이클 레빈 대표는 "이 로봇들은 과거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생물체"라며 "이것들은 살아 있으며, 프로그램으로 작동 가능한 유기체"라고 소개했다.

로봇 공학자들은 보통 동력과 내구성을 위해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활용해 로봇을 제작하지만, 연구진은 생체 조직을 이용해 살아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생체 조직으로 이뤄진 덕분에 이 로봇들은 훼손으로 인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자연 속 유기체가 죽으면 썩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단 임무를 완수한 뒤 소멸될 수 있다.

로봇들이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 의료·환경 분야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해양에서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정화하고, 독성 물질의 위치를 특정해 분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신체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혈관벽에서 플라크(plaque)를 제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로봇들이 슈퍼컴퓨터에서 구동되는 "매우 진전된 알고리즘"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제작 프로그램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피부와 심장세포 500∼1천개에 대한 무작위 3차원(3D) 배치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각각의 로봇 도안은 가상의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쳐 선별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본래 수축과 이완을 하는 심장 세포는, 비축된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로봇을 작동시키는 소형엔진 노릇도 하게 된다.

아울러 세포 내부에는 충분한 연료가 비축돼 있기 때문에 이들 세포를 이용해 제작된 로봇은 1주일에서 10일 정도 생존할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이 로봇을 물속에서 직선으로 기어다니거나, 원 모양으로 회전할 수 있다.

로봇은 또한 혈관이나 신경계, 감각세포 등을 이용해 제작될 수도 있으며, 포유류 세포를 이용할 경우 물이 아닌 뭍에서도 구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다만 이러한 로봇이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더욱이 향후 신경체계와 인지능력을 갖춘 살아있는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윤리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버몬트대 박사과정 학생인 샘 크리그먼은 이와 관련,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공론화돼 사회적인 논의를 거치고, 정책 입안자들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다.

/연합뉴스